[남북 이산상봉] 북한 국어학자 유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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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북측 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한 원로 국어학자 유열(82)씨.

6.25 이전 서울대.고려대 등에 출강했던 그는 북으로 건너가 김일성대학 교수를 지내면서 이두(吏讀)연구의 권위자로 명성을 떨쳤다.

유씨는 1983년 북한 국어학계의 기념비적 저작으로 일컬어지는 '세 나라 시기(삼국시대)리두에 대한 연구' 를 집필하고 97년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실장을 지냈다.

유씨는 16일 월북 전 친하게 지낸 통문관(通文館)책방의 주인 李겸노(90)씨가 "농가월령가를 펴낼 때 동의 없이 내용을 인용했다" 며 저작권료로 건넨 50만원을 받았다.

- 서울에 온 감회는.

"옛날보다 공기가 많이 흐려졌다. 거리에서 본 여성들은 민족적 색채를 많이 잃은 것 같다. 민족성을 지켜나가야 통일이 빨리 된다."

- 남쪽 말을 연구하는가.

"신문.출판물을 매일 보고 있다. 관심이 많다. 시.소설 등도 연구의 좋은 소재다."

- 남쪽 말에 대한 느낌은.

"걱정스럽다. 왜 민족어가 이렇게 날마다 바뀌고 있는지 모르겠다."

- 여든이 넘었는데 공부는 얼마나 하는가.

"아침에 일어나 잘 때까지 책과 함께 산다."

- 남.북 국어학 연구의 차이점을 든다면.

"북에서는 조선말을 단일민족의 고유한 민족어로서 발전시켜 왔다고 본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고구려를 배제하고 역사를 연구하므로 이 부분이 무시되는 것 같다. 인문학자는 과학적 사실 앞에서 공명정대해야 한다."

- 그 분야의 대가가 된 비결은.

"무슨 비결이 있겠나. 다만 민족어를 말살하려는 외세가 괘씸하다 보니 내 말, 내 나라의 말을 지키겠다는 충정이 길러진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일본인들이 조선어를 쓰지 못하게 하지 않았는가."

- 남쪽에 아는 언어학자가 있는지.

"내가 관심 가졌던 인물은 다 죽고 없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잘 알고 있다."

-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쪽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개방적인 인물' 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쪽에서는 남쪽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나.

"양측 정상이 만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북과 남이 제 힘으로 조국통일을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

- 딸 인자(59)씨를 위해 갖고 온 선물은.

"가족 사진을 갖고 왔다. "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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