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평양도 잠들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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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Joins.com 8·15 이산가족 상봉 동영상중계

(http://www.joins.com/cgi-bin/sl.cgi?seriescode=436&kind=sl)

' 회한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낸 하루. 서울도 평양도 잠들지 못했다.

"꿈이라면 깨지 마라" "시간이여 가지 마라"

분단 반세기 만에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해후한 남북의 혈육들은 상봉의 첫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샜다.

와락 부둥켜 안고 통곡했던 15일 낮의 감격을 떨어버릴 수 없었다.

일제(日帝)로부터 풀려난, 그러나 분단이 시작된 8.15 광복이 55주년을 맞은 날. 남북의 7천만 겨례는 이들의 만남을 지켜보며 가족과 핏줄의 의미를 되새겼다.

남쪽에서는 15일 오후 4시47분쯤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컨벤션센터에서, 북쪽에선 오후 5시부터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산가족 방문단이 그리움과 회한을 풀어냈다.

"여보, 살아 있었오" "날 두고 갔다 이제 오면 어째요. " 피울음이 이어졌다.

헤어진 세월은 너무 길었다. 북측 방문단원 임재혁(66)씨는 자신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부친 임휘경(91)씨를 만나자 "아버지!" 를 부르짖으며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남측 방문단원 최태현(70)씨는 북에 두고 온 아내 박태용(72)씨를 만나 남쪽 아내가 준비해 준 금가락지를 손가락에 끼워주고는 "미안하오" 라며 울먹였다.

상봉 가족들은 이윽고 말문이 터지면서 모두가 50년 전으로 달려갔다. 살아 있어줘 고맙다고 했다. 웃음꽃도 피웠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빛 바랜 50년 전 사진을 꺼내놓고 추억을 되새겼다.

남북의 가족들은 단체상봉과 만찬을 마친 뒤 오후 10시쯤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과 평양의 고려호텔로 돌아와 각각 여장을 풀었다.

이산가족 방문단은 북한 고려항공(IL-62M) 특별기 편으로 서해 백령도 상공을 거쳐 서울과 평양에 각각 도착해 3박4일간의 상봉 일정에 들어갔다.

유미영(柳美英)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방문단 1백51명은 오전 10시57분 김포공항에 도착해 숙소인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柳단장은 서울 도착성명에서 "북과 남 사이에 모처럼 이뤄진 방문단 교환사업이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한 훌륭한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밝혔다.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이끄는 남측 방문단 1백51명은 북측 방문단을 태우고 온 고려항공기에 탑승, 오후 1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했다.

1985년 이후 15년 만에 재개된 이번 이산가족 교환 방문단은 각각 단장과 이산가족 1백명, 수행원 30명, 기자단 20명 등 1백51명씩으로 구성됐다.

방문기간 중 모두 여섯차례 상봉한 뒤 18일 서울과 평양으로 각각 귀환한다.

사회부·통일외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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