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손성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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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해결사'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손성원(孫聖源.경제학 박사)웰스파고은행수석부행장이 보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부실재벌 문제 등 현안을 신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회의참석을 위해 뉴욕에 들른 孫 부행장을 만나 한국의 성공적인 금융개혁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1961년 도미한 이래 플로리다주립대.하버드대에서 수학한 孫부행장은 웰스파고은행에서만 26년째 근무 중인 전문금융인으로 백악관 경제자문관을 거쳤다.

- 현대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제2의 금융위기설' 이 나돌고 있다.

"과감히 부실재벌을 해체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금융개혁의 속도를 초고속으로 몰고 가야 한다. 재벌해체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거대공룡이었던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을 해체시킬 때처럼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한국정부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다. 은행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풍토는 아직도 남아 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1백% 독립만이 금융개혁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본다."

- 한국의 은행들은 IMF를 겪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부실은행 처리방법이 너무 서투르다. 거대공룡을 단칼에 내리쳐 그저 죽이려는 데 혈안이 돼 있을 뿐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항생제를 투약해 치유할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은행을 우량.부실부분으로 이원화해 우량은행은 당장 정상영업시키고 부실은행은 별도로 떼어내 정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 한국의 저금리정책에 대해서는.

"은행금리가 8%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여건은 곳곳에서 인플레 징후가 엿보인다. 통화량의 팽창.내수 증대, 소비재 판매 증가 등 모든 요인들이 인플레의 척후병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금리를 올려 고삐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 등 그룹을 봐주기 위한 의도적인 금융정책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 현대그룹 부실의 원인은.

"한마디로 대우.현대 모두 부실경영의 소산이다. 현대는 이같은 부실경영인들이 퇴진은커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대우도 그랬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대북사업을 위해 현대를 끌어들인 것도 큰 문제다. 정치적인 것과 사업은 당연히 구분했어야 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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