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뇌, 의료대란 수습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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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표님.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암인데 병원에서 수술을 안한대요. "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13일 서울 풍납동 중앙병원 입구에서 梁모(59)주부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자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徐대표는 "병원과 의사들에게 부탁하러 왔습니다" 라고 위로했다.

울먹이는 梁씨 옆에는 그녀의 남편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徐대표는 중앙병원 민병철(閔丙哲)원장에게 "폐업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수치" 라며 의사들의 조속한 진료복귀를 설득했다.

그는 전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방문했다.

徐대표는 전날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사태 해결에 모든 당력을 기울이자" 고 강조했다.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시켰고, 귀향하는 모든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에게는 "정상복귀를 설득하라" 고 긴급 지시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3일 오전 이주걸(李柱傑)원로의사회 회장 등 원로의사 대표들과 만났다.

李총재는 원로의사들에게 "일단 현업으로 복귀하고 추후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의료보험수가를 인상하는 등 국민지지를 구해달라" 고 주문했다.

그러나 원로의사들은 "선(先)복귀, 후(後)협상은 따르기 어렵다" 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이민간 우리나라 의사 수가 6천명에 달한다.

정부 의료정책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李柱傑회장), "의예과 1, 2학년생들이 전과(轉科)를 위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의료정책의 전면개혁이 필요하다" (池堤根 서울대 의대 교수)는 주장을 내놨다.

이들은 "의사의 진료권 보장을 위해 의료법을 개정해 달라" 고 요청했다.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은 이날 의료사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구속의료인 석방을 거듭 촉구하고 의약분업 시행 6개월 연기를 검토키로 했다.

이상일.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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