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현대사태 시장 평가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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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름이 가고 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지만 이번주를 고비로 가을에 밀려날 것이다.

무더위 속에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군 양대 이슈는 개각과 현대사태였다. 별개로 보이지만 사실은 상관도가 매우 깊은 사안들이었다.

지난 7일의 개각에 담긴 메시지는 '개혁의 마무리' 였다. 시장은 진념(陳稔)경제팀의 등장을 '그동안 밀어붙인 개혁 기조는 유지하되 마무리에 힘쓰고, 새로 큰 판을 벌이지는 않겠다' 는 뜻으로 읽었다.

정부의 이같은 방향설정은 공감할 만하다.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한여름 불쾌지수만큼이나 치솟은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의약분업 사태에서 보듯 '준비 안 된 개혁' 이 야기하는 부작용은 이제 반환점을 돌아서는 정권의 레임덕을 재촉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석달 이상 지속된 현대사태 해결과정에서 경제팀의 달라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13일 발표된 현대의 자구계획과 계열분리 방안은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이었다. 3부자의 즉각적인 퇴진 등 파격적인 방안은 없었다.

새 경제팀은 현대의 자구안을 환영했다. 그 정도면 됐다는 반응이다. 주말까지 현대 문제를 해결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는 안도감도 엿보인다. 열흘전쯤 전임자들이 '현대건설 워크아웃 불사' 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반응이다.

문제는 시장의 평가다. 주초 시장이 현대의 자구안을 그런대로 평가해준다면 더위속에 허덕여온 증시에도 가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16일 시작될 공정거래위원회의 4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현대사태와 함께 새 경제팀의 성향과 역량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재계 최대의 빅카드로 꼽히는 IMT - 2000(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이번주 중에 기업들간의 짝짓기와 기술표준 선정 등 핵심과제에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시장 여건은 좋은 편이다. 지난주 7%대까지 떨어졌던 시장금리는 은행들의 여수신금리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

국공채와 우량기업 채권은 금융기관들의 수요가 늘고 있어 시장금리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 다만 추석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이번주부터 서서히 일 것으로 보여 자금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해외여건도 호재가 많다.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쳐온 미국 금리는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7월 생산자물가가 제자리 걸음을 했다는 발표는 다음주 중으로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않을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말에 발표된 일본의 제로금리 포기결정도 호재다. 금리가 올라 엔화가치가 비싸질 수록 한국상품의 수출경쟁력은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 재고량 부족으로 다시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선 국제유가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악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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