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외원조 제대로 하려면 전문가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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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인근 티미시(市)에는 한·네팔 친선병원이 있다.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로 지난해 4월 건립된 50병상 규모의 모자(母子) 보건병원이다. 양국 간 ‘우정의 상징’이었던 이 병원은 지은 지 6개월 만에 병실에 비가 새고, 건물 옹벽이 갈라진 채로 방치돼 있다. 현지 언론은 한국 시공업체가 병원의 하자보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연합뉴스 2009년 11월 15일자). 정부의 무상원조 전문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처럼 도와주고 욕먹는 일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개발협력 전문가 부족을 꼽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으로 한국은 명실공히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이를 계기로 협력단이 개발협력 전문가 양성을 위한 ‘ODA(공적개발원조) 교육원’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시의 적절하다. 원조 선진국이 되려면 원조 규모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대외원조 분야에서도 전문지식과 노하우로 무장한 프로페셔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까닭이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PMP)’ 양성이다. 수원국에 대한 원조는 철저하게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요즘 추세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문화와 언어, 관습 등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미국 등에서 관련 분야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ODA 교육원은 무엇보다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양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월드 프렌즈 코리아(World Friends Korea)’란 이름으로 통합된 해외봉사단원 수도 현재의 3000명 수준에서 2013년까지 2만 명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숫자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철저한 교육과 체계적인 지원으로 이들의 토착화, 현지화, 전문화를 유도함으로써 ‘더 큰 대한민국’과 ‘글로벌 코리아’를 실현하는 첨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