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중국고급 두뇌들 속속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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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989년 베이징(北京)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졌던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된 데 충격을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중국의 젊은 두뇌들이 본토로 속속 귀국하고 있다.

서구적 기준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중국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개선된 데다 정보통신혁명 등으로 인해 중국내에서도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 귀국 러시〓통계에 따르면 천안문 사태후 유학길에 오른 젊은 두뇌는 5만여명. 다시는 고국을 찾을 것 같지 않던 이들은 90년대 중반부터 하나 둘씩 돌아와 98년엔 귀국자가 7천3백여명이나 됐다.

중국 당국은 97년 이후 매년 13%씩 첨단 두뇌들이 회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히 인터넷기업 등 첨단 업종 중심으로 창업도 하고, 해외 인맥을 이용해 외자를 유치하는가 하면 고용을 창출하는 등 중국 경제에 중요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최근 이같은 흐름을 특집으로 다룬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 유수 대학에서 첨단 학문을 배워 중국으로 돌아온 이들을 '돌아온 탕아' 라고 묘사했다.

이들의 회귀 속도도 빨라져, 지난해 하버드대에서 나란히 MBA를 딴 12명의 중국 유학생(사진) 가운데 6명은 졸업하자마자 중국에 돌아와 창업을 했을 정도다.

천안문 사태 당시 상하이(上海)대 2학년이었던 환이밍(32.여)은 당시 중국은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해 90년 초 미시간대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 졸업 후 그녀는 GM사에서 4년을 근무하다 당시 바람이 불던 첨단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하버드대 MBA과정에 진학했고, 졸업 후 상하이로 돌아와 무선기기 회사를 차려 벤처기업가로 활약 중이다.

◇ 개선된 대륙 여건〓환이밍처럼 중국에 염증을 내며 떠났던 유학생들이 돌아오는 것은 중국내 상황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파룬궁(法輪功)의 활동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자유의 폭도 넓어졌고 90년대 중반 이후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정국이 안정돼 유학생들의 귀국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연 8% 안팎의 성장률이 말해주듯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계속돼 취업문이 넓은 데다 올해 안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정도로 경제 개방이 가속화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또 헌법 개정으로 자본주의적 요소가 대폭 가미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는 개방경제를 배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혁명의 물결이 몰아치면서 고급두뇌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들의 귀국.창업을 촉발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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