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뻥 뚫린 검찰 초동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검찰이 두명의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사람은 나래물산 세금감면 비리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민련의 김범명(金範明)전 의원이고, 또 한사람은 의료계의 두차례에 걸친 폐업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이다.

혐의는 다르지만 두 사람을 놓치게 된 경위를 들여다 보면 초동수사 미진에서 비롯된 일종의 사고여서 검찰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크지 않다.

검찰이 金전의원의 혐의를 포착, 첫번째 소환 통보를 보냈다고 하는 날짜는 지난달 27일. 그가 출두하지 않자 검찰은 사흘 뒤인 31일 두번째 소환을 통보했고, 이마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소환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의견조율을 벌여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사이 金전의원은 중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중요 형사피의자의 경우 해외 도주를 우려해 출국금지부터 내려놓고 신병 확보에 나서는 게 순서인데 자진출두하기만 기다리다 피의자를 놓쳐버린 셈이 된 것이다.

申씨를 붙잡지 못하고 있는 사정도 검찰의 초기대응 미숙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申씨에 대해서는 지난달 초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그러나 申씨의 검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1차 폐업 철회에 안도하며 소극 대응하다 申씨가 e-메일 등을 띄워 재폐업을 뒤에서 주도하자 부랴부랴 申씨의 검거에 주력하게 된 것은 아닌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申씨를 '못잡는 게 아니라 '안잡는 것 아니냐' 는 말이 왜 나돌았는지 검찰은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중요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나 체포영장 대상자에 대한 소재 파악과 신병 확보는 수사의 기초에 해당된다.

정치적 고려 등 다른 목적에 따른 탄력 적용과 정상 참작은 신병이 확보된 후 사법처리 단계에서 고려해도 늦지 않다.

김진원 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