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릉선수촌은 지금 '미니 시드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금 태릉은 국제도시다.

올림픽을 40여일 앞두고 서울 태릉선수촌이 외국인 선수들로 북적대고 있다.

한국은 올림픽이 열리는 시드니와 시차(한국보다 1시간 빠름)가 거의 없고 한국선수들의 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전지훈련 코스로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시작된 태릉선수촌 개.보수 작업이 성과를 보고 있어 훈련시설도 최적의 조건이다.

특히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레슬링.유도.배드민턴.핸드볼 전용 체육관이 몰려 있는 체육과학연구원 입구가 외국선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또 한국의 전략 종목인 양궁장에도 여러 나라 선수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는다.

올들어 태릉으로 전지 훈련을 온 팀은 공식적으로 총 25개팀 3백여명. 그러나 개별 종목 협회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태릉에서 훈련하고 간 팀은 이보다 훨씬 많다.

유도에서는 알제리.이탈리아 등 비공식적으로만 9개국 1백여명이 다녀갔거나 입국할 예정이고, 레슬링에서도 비공식적으로 5개국이 입국해 훈련을 했다.

몽골 유도 대표팀 치메드바자르 감독은 "밖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들어오는 번거로움이 있어도 강한 한국대표선수들과 함께 하는 태릉 훈련이 훨씬 효과적" 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에서 온 선수는 종목별로 너무 많아 태릉에서 일본선수끼리 친구가 된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장창선 태릉선수촌장은 "우리 선수 훈련하는 것도 급한데 외국선수 편의를 봐 줄 여유가 없다" 며 외국선수들에게 숙식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멕시코.이집트 등 6개국 태권도 대표팀은 태릉 입촌을 목표로 한국에 왔다가 모두 거부당했다. 한국 대표팀이 전력 노출을 우려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릉 입촌에 적극적이다.

한 차례 태릉에 다녀간 호주 유도팀 선수들이 한국유도회에 "훈련 효과가 좋다. 한번 더 훈련하자" 고 간청, 다시 태릉에 비공식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태릉에는 이전에 없던 용병도 생겼고 외국인 코치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레슬링협회는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들을 고용해 태릉에 입촌시켜 한국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쓸 계획이다.

선수촌 김승곤 본부장은 "한국선수들이 지난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이 마치 자석처럼 외국선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외국 대표팀의 실력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서로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훈련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긴장감을 가질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한다. 레슬링 국가대표 김인섭은 "이제 외국인 선수없이 훈련하면 왠지 어색하다" 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