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외교 고립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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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이 최근 대만의 오랜 외교 맹방이던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손길을 뻗치자 대만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중국의 대만 고립작전=대만과의 통일을 전제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정책을 표방해 온 중국은 국제사회에 얼마 남지 않은 대만 외교 텃밭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최근 들어 대만 고립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대만과 수교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관계자들을 대거 베이징(北京)으로 초청, 베이징 외교가가 온통 중남미와 아프리카 손님들로 북적댔다.

엘살바도르 출신 로드리게 사마위야 중남미 의회 부의장은 의원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았다. 온두라스 의원들과 파나마.니카라과 방문단도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을 찾았다.

첸치천(錢其琛)중국 외교담당 부총리는 아프리카 10개국 대표단을 활발하게 접촉하며 대만 따돌리기에 힘을 기울였다.

중국은 이들 국가가 친 중국노선으로 선회할 경우 올 연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넓은 대륙시장에 접근하기 쉬울 것이란 점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만 정부로부터 무상 또는 저리로 자금 지원을 받아오던 이들 국가는 대만의 현금과 중국의 광대한 시장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시장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최근 "중국의 WTO가입 이후 중국에 커피와 농산물을 얼마나 팔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고 공식 발표했다.

◇ 불끄기 나선 대만=지난해 말 기준 대만의 수교국은 28개국. 중국의 1백62개국에 비해 열세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대만 역사 50년 만에 첫 정권 교체를 이룬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의 민진당 정부는 외교 보루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陳총통은 이달 중순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기로 했다. 陳총통의 방문에 앞서 4일엔 톈훙마오(田弘茂)대만 외교부장이 카리브해 연안국을 방문, 총통의 방문에 앞서 사전정지 작업을 벌인다.

뤼슈롄(呂秀蓮)부총통은 오는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일대를 집중 방문,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대만 외교부는 또 최근 수도 타이베이(臺北)에 '중남미 농산물판매센터' 를 설립, 중국쪽으로 선회하려는 국가들을 달래려 애쓰고 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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