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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기 영화감독 첫 작품 '가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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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올 여름 훨훨 날아다니는 '비천무' 에 시들해진 한국영화 팬이라면 '가위' 로 한번 눈을 돌려 봄직하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속속 똬리를 틀고 있는 가운데 이렇다할 한국영화는 '비천무' 외에는 없다.

이런 상황에 29일 개봉하는 영화 '가위' 는 할리우드 대작에 비해 스케일이 다소 작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 호러, 고전주의 공포영화를 표방한 이 작품은 신인급 배우들의 선전과 귀신 이야기를 현대 감각으로 깔끔하게 살려낸 연출력만은 돋보인다.

대표적인 공포영화로 꼽히는 '신장개업' '조용한 가족' '스크림' 과 '가위' 와 같은 날 개봉하는 '할리우드영화 ' '무서운 영화' 는 코믹의 요소를 많이 가미한 것이 특징. 그러나 '가위' 는 다른 길을 택했다.

어중간한 유머를 포기하고 '13일의 금요일' 처럼 난도질에 무게를 두었다.

단짝으로 어울려 다니던 대학생 7명. 이들은 어느 날 밤 한 가지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2년의 세월이 흘러 미국으로 떠났던 선애(최정윤)가 돌아와 동료들에게 말한다.

"우린 다 죽을 거야, 난 알 수 있어." 그리고 친구들은 하나씩 피 칠갑을 하며 죽어간다.

'가위' 가 첫 데뷔작인 안병기(33)감독은 "공포영화는 작품이라기 보다 기획상품이라 생각한다. 무더위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어쭙잖은 유머가 섞인 것보다 정통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며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을 보였다.

- 유지태.김규리.하지원.유준상.정준 등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연기자들이 대거 투입됐다. 그걸 업고 쉽게 가려는 것은 아닌가.

"무관하다. 다른 영화에 비해 캐스팅 비용이 더 들어간 게 없다. 올 초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기간이 길어서 인지 어느새 다들 스타가 돼 있더라."

- 작품성에 비중을 두기보다 기획상품으로 여긴다고 했는데.

"작품성 보다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 개인적인 취향 보다는 목적이 있는 영화가 좋다. '가위' 가 그런 영화다. 작품성을 인정받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때 그때 작품의 지향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 자신이 보는 이 영화는.

"한이 있고 복수가 있는 공포라는 점이 우리 정서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현대적이지만 철저히 한국적이고 싶었다. 치명적인 비밀이 영화 종반에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는 얘기를 듣는다."

- 지나치게 공포가 연속돼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한 장면 한 장면에 놀라기는 하나 오싹하는 긴장이 이어지는 매력이 덜 하다는 점은 있다. 모르는 사이 기존 영화를 답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감독은 노련함으로 시작해 솔직함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기술적인 문제와 표현의 한계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영화를 포장하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곱씹으려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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