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딱 걸린 오자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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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민주당 정권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간사장. 그가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토지 구입에 얽힌 불법 정치자금 문제 때문이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오자와 간사장의 측근인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중의원 의원으로부터 결정적인 증언을 얻었다. 이시카와 의원은 “오자와 선생과 자금 조달 방안을 상의했고 현금으로 (4억 엔·약 48억원)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시카와는 오자와의 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 소속이었다.

오자와는 2004년 택지를 사면서 토지 대금을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요미우리(讀賣) 신문 등은 1일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토지 구입 대금(4억 엔)이 오자와 손에서 나왔고, 이듬해 이시카와가 또 다른 4억 엔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리쿠잔카이 계좌에 분산 입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 4억 엔도 오자와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자금 비리와 관련, 오자와의 직접적인 개입이 드러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오자와는 “자금 일이라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혀 왔다.

문제의 토지는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 후카사와(深澤)에 있는 476㎡의 택지다. 리쿠잔카이가 2004년 10월 29일 약 3억4000만 엔으로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이런 내용은 2004년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는 빠져 있고 이듬해 보고서에 계상돼 있다. 이시카와는 검찰에서 “리쿠잔카이에 토지 매입 자금이 없어 오자와의 개인 돈을 대출 형식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남은 돈은 1000만~5000만 엔씩 분산해 리쿠잔카이 계좌에 송금했다.

그러나 오자와가 2005년 제출한 재산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이시카와는 2005년 3월에도 다른 현금 4억 엔을 여러 계좌에 분산 예치했다가 리쿠잔카이 계좌에 합쳤다. 그러나 이 내용도 장부에 없다.

검찰은 오자와가 자금 조성 경위 및 자금 이동을 알고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 그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자금단체의 허위 헌금 사건과 이번 사건을 통해 입건된 건 전·현직 비서들뿐이었다. 정치인 당사자에 대한 직접 수사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직접적인 관여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데다 정치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에도 오자와에 대한 직접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검찰이) 제대로 일을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오자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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