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해 아침 전직의 묘소를 참배한 현직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3인의 묘소를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이 새해 첫날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작동 묘지엔 건국(이승만)·산업화(박정희)·민주화(김대중)를 상징하는 세 대통령이 가까이에 묻혀 있다. 이 국가원수 묘역은 한국 현대사를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한일병합 100주년, 산업화의 상징 경부고속도로 완공 4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인 역사적인 해다. 이 대통령의 참배는 한국 현대사를 존중하고 역사를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시사하는 것이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 계승돼야지 정권의 필요와 코드에 따라 왜곡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일부 정권은 지난 역사를 부정함으로써 자신들을 세우려 했다. 5공의 전두환 정권은 야당 인사들은 물론 박정희 정권의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도 가혹하게 탄압했다. 12·12 쿠데타의 미약한 정통성을 메우려는 기형적 차별화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특별법을 만들어 12·12를 단죄했다. 그가 1990년 12·12 세력과 합당하지 않았다면 사법 처리의 정통성은 더 강화됐을 것이다.

진보 정권은 더 독선적으로 차별화에 매달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제2 건국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는 이승만부터 김영삼까지 이어지는 보수 정권의 역사성을 축소하려는 정략에 불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한 부끄러운 역사”라고 묘사했다. 자신이 유신헌법으로 공부해 판사가 되고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한 것이다. 이런 역사관을 바탕으로 여러 역사 왜곡이 자행됐다.

동작동 묘지 정문(현충문)에서 국가원수 묘역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양쪽으로 5만4000여 묘비가 열병(閱兵)하듯 서 있다. 이들의 죽음이 있어 국가가 있고 대통령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새해 아침 동작동 참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들은 묘비 사이를 걸으면서 장엄한 역사의 연결고리를 상기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비에는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새겨져 있다. 역사는 발전하려면 계승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