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미셸 위 “올해 가장 먼저 할 일요? 성질 죽이는 거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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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2010년은 60년만에 돌아온다는 백호의 해. 미셸 위가 세 마리의 백호 인형을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0년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백호의 해라고요? 세상에 60년 만에 돌아오는 해라니…. 행운의 상징인가요.”

기자가 새해 선물로 흰색 호랑이 인형 세 마리를 선물하자 미셸 위는 “호랑이가 되게 잘생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와이에서 이 백호들과 함께 새해를 맞아야겠네요. 한 마리당 1승씩, 최소한 3승은 해야겠는걸요.”

미셸 위는 현재 고향인 하와이에서 골프 클럽을 내려놓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빡세게’ 놀고 있다. 오메가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가 끝나자마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곧장 한국으로 건너왔다가 지금은 하와이로 건너간 상태다. 미셸 위는 “겨울엔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골프 클럽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의 집으로 부쳐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골프 클럽을 그렇게 오랫동안 놓게 되면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은 쉬는 시간”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떤 선수들은 겨울에도 하루에 5~6시간씩 훈련을 한다지만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모두 스타일이 다르지 않은가.”

미셸 위의 생각은 확고부동했다. 한마디로 ‘나는 내 방식대로 간다’였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미셸 위는 “골프를 한다고 해서 공부를 등한시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얘기했다. 골프 한 가지만을 바라보면서 죽기 살기로 매달리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요리와 패션, 그리고 그림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소개하기도 하는 미셸 위는 한마디로 다양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틀에 박힌 한 가지 방식의 삶이 아니라 ‘다방면의 삶’을 통해 재미와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는 것이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해요. 골프도 마찬가지죠. 열심히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골프가 요즘 더 재미있게 된 것은 제가 그 한 가지에만 빠져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웃기게 들릴지 모르지만 골프가 공부의 탈출구가 되고 있기도 해요.”

미셸 위는 그렇다고 매번 재미만 추구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포기한 것 중에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지 못한 것을 꼽았다. 또 어렸을 때는 대학 교수가 꿈이었지만 골프를 하면서 꿈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단다.

“2010년엔 할 게 무척 많죠. 그런데 제일 급한 건 먼저 ‘성질’을 죽이는 거죠.”

올해 그가 내세운 행동강령(?)은 ‘슬로다운(slowdown)’이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먹고, 한 번 더 생각하기다. 성질이 워낙 급하다 보니 예상치 않은 부상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솔하임컵 대회 도중 왼 발목을 삔 데 이어 10월 나비스타LPGA클래식에서 또다시 삐끗해 보호대를 착용하고 필드에 나서야 했다. 두 경우 모두 앞을 보지 않고 급하게 걷다가 발을 헛디뎌서 입은 부상이다.

“스윙 코치인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그러더군요. 미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샷 훈련이 아니라 ‘걷는 연습’이라고요.” 옆에 있던 아버지 위병욱(48)씨가 거들고 나섰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미셸 위의 2010년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엉뚱하게도 “엔터테인먼트십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말로 하면 ‘경기력+쇼맨십’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멋진 샷과 화려한 패션, 그리고 우승으로 연결될 수 있는 좋은 성적을 모두 겸비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갤러리를 불러 모으고 열광시킬 수 있는 미셸 위만의 ‘엔터테인먼트’를 얘기하는 듯했다. 미국 언론은 이미 미셸 위에게 이러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골프칼럼니스트 에릭 에델슨은 지난해 “미셸 위는 ‘찬사’와 ‘불평’이 엇갈리는 인기 드라마와 같다”고 얘기했다. 미셸 위가 2008년 L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이하 Q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정규대회가 아닌데도 2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려든 일을 두고 한 말이다.

에델슨은 “TV 시청률은 ‘사랑’과 ‘증오’를 차별하지 않는다”며 미셸 위의 상품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타이거 우즈가 모습을 감춘 올해 ‘타이거의 대안’으로 미셸 위가 주목받는 것은 LPGA투어의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폭발적인 그의 장타력 덕분이다.

“어렸을 때는 드라이버로 멀리 치는 게 좋았어요. 드라이브 샷은 1시간이 넘도록 연습해도 재미있었는데 쇼트게임은 30분 만해도 지루하게 느껴져 연습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스코어와 직결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죠.”

그는 “어느 날 ‘빠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더 잘되더라”고 말했다. 그래도 ‘쇼트게임 실력이 향상된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사실은 지난해 솔하임컵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하루에 3~4시간씩 ‘빡세게’ 연습했어요. 집 근처에 있는 빅혼골프장에서 개인 연습그린을 만들어 줬거든요. 그린 스피드가 13피트(스탬프미터 기준 3.9m·PGA투어 평균 그린 스피드 3.0~3.3m)나 될 정도로 대단히 빨랐죠.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 퍼팅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웃음)”

미셸 위는 새해에도 변함없이 공부와 골프, 두 가지 모두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탠퍼드에선 심리학 수업을 듣고 싶고요, LPGA투어에선 당연히 우승을 많이 하는 게 목표죠. 그런데 2010년 시즌 첫 승은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장식하고 싶네요.”

글=최창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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