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무장관 회담] 동티모르 국가건설 구슬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4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장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 지도자들이 국제외교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옵서버 자격으로 초대받은 사나나 구스마오 등은 "국가구조를 서둘러 마무리 지은 후 동티모르도 하루빨리 아세안에 가입하고 싶다" 고 말했다.

동티모르에 '나라 만들기' 가 한창이다.

유엔과도통치기구(UNTAET)지휘하에 진행됐던 긴급 인도지원활동이 어느정도 마무리됐고 이제는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조직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국가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

이달부턴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주민 10여명이 각종 법률안 작성 작업에 동참했고 경찰관 훈련도 시작됐다. 공무원들도 모집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제헌의회를 구성해 헌법을 제정하고 오는 2002년에는 정식 주권국가로 탄생하게 된다.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1년이 됐지만 동티모르는 이렇게 완전한 국가가 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 책임을 지고 한 나라를 건국하는 작업은 인류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UNTAET는 매우 신중히 내정을 다스리고, 구스마오 등 지도자들은 주로 상징적 정치적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설립된 UNTAET는 이달부턴 경찰조직 등 행정조직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비록 예상 속도보다 빠르게 나라 만들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인 만큼 곳곳에서 난관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공용어를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어를 쓰자니 주민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옛 식민국인 포르투갈어를 쓰자니 주민들이 새로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지어인 테툰어는 공용어로 쓰기엔 어휘가 턱없이 부족하고 방언이 심하다.

파괴된 경제기반을 닦는 것도 시급한 과제. 산업시설이 전무에 가깝고 실업률은 80%를 웃돌고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 체인망에 공급되는 커피 재배가 유일한 외화수입원이지만 그나마도 가공시설이 파괴돼 수출량이 예전같지 못하다. 이 때문에 3년 동안 나라 만들기에 쏟아붓는 유엔 예산은 모두 5억2천만달러에 이른다.

아직까지 서티모르와의 접경지대에서 계속되고 있는 독립반대파와의 유혈충돌도 순탄한 국가건설에 위협요인이다.

24일엔 뉴질랜드군 소속의 동티모르 주둔 유엔평화유지군 병사 한명이 독립반대 무장세력과의 교전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구스마오는 동티모르 건설작업은 유엔이 책임지고 과거 식민작업을 청산하는 새로운 모델 실험이라며 국제사회의 추가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