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금융의 삼성전자’를 꿈꾸는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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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9년 12월 18일 캄보디아 프놈펜. 오후 3시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국민은행 캄보디아은행의 창구는 현지 고객들로 붐빈다. 두 달 전 계좌를 개설했다는 회사원 티 수텐트라(여·33)는 입소문을 듣고 국민은행을 찾아온 고객. “친구의 소개로 이 은행을 이용하게 됐는데 캄보디아은행에 비해 서비스가 좋고, 계좌 보안도 뛰어나다”며 만족했다.

해외에 나가 현지인을 고객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금융사는 이 은행뿐이 아니다. 대한생명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4월 영업을 시작한 이후 6개월 만에 초회 보험료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7년 현지 은행을 인수해 설립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2년 만에 지점 수를 17개로 늘렸다. 현지인을 위한 소매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동양종합금융증권 프놈펜사무소는 캄보디아 재경부와 금융자문 협약(MOU)을 하고, 올 연말 증권거래소 개장에 맞춰 공기업의 상장작업을 진행 중이다. 레하이짜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 이사는 “한국거래소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인데 뛰어난 성능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금융도 수출을 하는 시대가 됐다. 금융위기에서 기력을 회복하자 미뤄뒀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06년 221개였던 금융회사의 해외점포(현지법인·지점·사무소)는 2009년 9월 312개로 불어났다.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국내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대신 중국·인도·베트남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점점 열리고 있다. 실력과 자본을 갖춘 글로벌 금융회사에 안방이 야금야금 먹히고 있는 마당에 생존을 위해선 지금이라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금융사들은 판단한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시장만으론 곤란하다. 해외로 나가 해외의 자금을 끌어들여 영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의 삼성전자’를 꿈꾸며 국내 금융사들이 활발히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곳보다는 해외 진출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회사도 많다.

특별취재팀=김준현·김원배·김영훈·조민근·박현영·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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