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식투자자 왜 손해보나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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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손실률 86%' .

연초 퇴직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던 전직 은행원 M씨(45)의 성적표다.

M씨는 점찍어둔 종목을 수백만원 단위로 샀다가 5% 정도 오르면 팔아 현금화했지만 판 뒤에도 계속 오르는 종목이 많았다.

지난 2월에는 다산씨앤아이 주식을 9천8백원에 매수, 사흘 만에 1천2백원씩의 차익을 올렸다. 5월말 현대차 주식을 1만1천2백원에 샀다가 가격이 오르자 당일 1만2천5백원씩에 처분했다. 하지만 이 종목들은 이후 급등을 거듭해 M씨를 안타깝게 했다.

M씨는 이같이 조금씩 벌기도 했지만 손해를 볼 때는 크게 봤다.

2월말에 삼성물산 3백주를 1만7천8백원에 샀지만 가격이 떨어지자 아까워 못팔다 6월에야 절반값인 9천원대에 정리했다.

3월말 1만2천원대에 사둔 대신증권 우선주 2백주가 6천원대로 떨어지자 2백주를 추가 매수했다가 60%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런 투자가 몇번 반복된 뒤 M씨의 투자원금 5천만원은 최근 7백만원으로 줄었다.

'오르면 겁나서 미리 팔고, 손해보면 아까워 못판다' .조금씩 벌어 크게 까먹는 개인투자자들의 특징이다.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는 24일 개원 1주년을 맞아 이곳에서 상담을 받은 개인투자자 1만여명의 투자성향과 실패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다.

클리닉센터는 투자에 실패하거나 큰 재미를 못본 '개미' 들이 고쳐야 할 점으로 정보나 주가 추세에 대한 무관심과 분산투자.손절매 등 위험관리 미흡을 꼽았다.

◇ 처음부터 '몰빵' 투자〓투자원금을 7개 이상 종목에 고루 나눠 투자하는 경우는 네명 중 한명꼴(26%)에 불과했다.

반면 세 종목 미만이 37.6%, 다섯 종목 이하가 36.6%를 차지해 시세 급변에 따라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투자자의 70% 이상이 주식을 처음 살 때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나 매매시점을 적절히 분산시키지도 못했다.

◇ 오를 때는 빨리 팔고 내릴 때는 못판다〓조사 결과 보유 주식값이 20% 올랐을 때 투자자의 50%가 매도했고, 추가 매수하는 경우는 5%에 불과했다.

상승추세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히 이익을 실현하느라 크게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 반대로 보유 주식값이 20% 떨어졌을 때 절반 이상(54%)은 주식을 팔지 않고 갖고 있는다고 답했고, 7.4%는 오히려 추가 매수(물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하거나 일부 매도한다는 응답은 세명 중 한명(33.9%)꼴이었다.

◇ 매수.매도 시점 기준이 없다〓주식을 사는 시점은 주가가 오를 때 40.2%, 내릴 때 39%로 엇비슷했다.

파는 시점도 주가가 오를 때(43%)와 내릴 때(38%)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가 추이와 외부 환경을 고려하며 체계적으로 매수.매도 시점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 위험 관리는 뒷전〓주식을 사기 전 아예 손절매 가격을 정하지 않는 경우가 63%에 달했다.

가격을 정해둔 투자자도 이를 지키지 않거나(31%) 시장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48%)하는 등 손절매를 꺼려했다.

상담자들은 실전투자에서 지키기 어려운 원칙으로 역시 손절매(35.4%)를 꼽았다.

투자클리닉센터 하용현 부원장은 "상담을 요청하는 투자자들의 평균 손실률이 5, 6월에는 원금의 50%선이었지만 최근에는 70~80%로 높아졌다" 며 "매수전 목표 수익률과 손절매 가격을 반드시 정하고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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