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정부 어떤 '경제 구상' 국회에 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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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호우와 혹서. 해마다 이맘 때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재계는 꼭 여름 세미나를 갖는다.

우리는 전경련의 최고경영자 초청세미나, 일본은 게이단렌(經團連)의 하계세미나. 모양은 같은데 내용은 사뭇 다르다.

일본쪽 세미나는 현재 재계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한개의 테마를 골라 재계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밝히고 나아가 정치인.관료들에게 알린다. 정책적 요구를 내비치는 '재계로부터의 정보발신의 장(場)' 이 된다.

올해의 주제는 '정보통신혁명이 기업과 경제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오는가' 였다.

도쿄전력.소니.마쓰시타.닛산자동차.시미즈건설 등 유력 그룹의 회장들이 각자 의견을 피력했다.

이마이 다카시(신일본제철 회장)회장은 "21세기는 정보통신기술(IT)이 경제를 끌고 나갈 것이 틀림없으며 지금이야말로 IT에 대한 재계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한 시기" 라며 총정리했다.

우리는 어떤가. 당시의 이슈를 다루고 있는 장관이나 정치인을 모셔 얘기를 듣는다. 재계의 목소리보다 최고 정책결정자들의 의중을 헤아리는 자리가 된다. 그래서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러 뉴스거리가 돌발적으로 터져 나오곤 한다.

문제는 이런 재계의 관례화된 초청세미나가 자칫 국가의 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비쳐짐으로써 정치나 관료의 과잉.집단주의적 개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국내 외의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오키나와에서의 G8 정상회담. 특히 이 자리에서 채택된 'IT 헌장' 이 색다르다.

선진국클럽이란 이미지를 떨고 개도국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오퍼튜니티(정보화 기회의 공유)확대와 디지털 디바이드(정보화가 야기하는 경제 격차)의 해소가 핵심 내용이다.

이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과 한전 자회사로 통신망업체인 파워컴의 지분매각 등 굵직한 현안을 갖고 있는 우리 정부가 신산업정책의 방향을 잡아나가는데 큰 시사점을 준다.

이번 주는 24일 국회 재경위와 예결위에서 재경부가 밝힐 거시경제정책과 금융시장대책.추경안 등이 주목된다. 정부의 정리된 '경제 교과서' 를 봤으면 싶다.

역시 최대 관심은 29~31일의 남북 장관급 회담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라 경협에 관심을 가진 업체들의 기대치가 크다. 이와 함께 8월초 예고된 개각에 대해서도 계속 지면이 할애될 것 같다.

주식시장은 특별한 재료가 없는 데다 돌출상품이 리드해왔던 코스닥도 벤처 위기론으로 조정국면에 들어가 주식 투자자들에겐 재미없는 한 주가 될 전망.

또 지난주 배럴당 30달러 안팎에서 머무르던 국제유가는 오를 기미는 아니나 고가행진이 이어질 전망이고 수출주도 품목인 반도체가 64메가D램을 중심으로 약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경계감도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벤처를 둘러싼 '위기론' 대 '건전한 조정과정' 의 논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곽재원 정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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