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의 평론도 명예훼손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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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평가의 예술작품 평론이 과연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건국대)교수가 자신의 연주회를 혹평한 금호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데 이어 최근 김민희(한양대 무용학과)교수도 자신의 공연을 비판한 무용평론가 송종건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교수는 소장에서 "송씨가 무용 전문지 '댄스포럼' 4월호에 기고한 기사는 허위사실이므로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김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한양발레아카데미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진 세차례의 공연이 모두 같은 안무작이면서도 이름만 바꿔 공연한 것으로 우리나라 무용계의 창작 긴장감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창조 작품에 목말라 있는 관객에게 충격과 허탈감을 주고, 무용예술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교수는 같은 작품을 지난해 11월 16일에는 '허행' 으로 발표했고 바로 다음날인 17일은 '점박이 눈' 으로, 또 다시 올해 3월 14일은 '비창' 으로 공연했다.

송씨는 각각의 공연 프로그램에 제목 뿐 아니라 안무의도도 달리 적혀 있어 결국 관객을 속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교수의 소송 대리인인 차형근 변호사는 "문제의 이 작품을 세번 공연하면서 각기 다른 제목을 붙인 것은 어느 제목이 가장 적합한지 파악하기 위한 실험의 과정이었다" 며 "송씨의 잡지 기고에 쓰여진 것처럼 연구실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 이라고 밝혔다.

결국 양측 모두 기본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예술적 판단만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의 결과가 주목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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