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입 '슈퍼맨 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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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 줄 세우기식 시험성적 위주 입시에서 탈피하기는 역시 어려운가.

2002년 대입에서 특기와 재능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교육당국의 청사진이 대학측의 선발편의주의라는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지난 5월부터 각 대학들이 확정, 발표하고 있는 2002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은 오히려 '슈퍼 시험기계' 의 양산을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물론이고 학교생활기록부의 성적과 면접 및 구술고사에 각종 경시대회의 입상 증명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전형을 통해 다양한 능력을 가진 수험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모두 갖춘 수험생을 뽑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 다 잘해야 한다=지난 20일 2002학년도 입시전형을 확정한 고려대는 일반전형에서 수능(총점 및 영역별 성적)및 학생부 전과목 성적, 지필.면접고사 성적, 논술 성적을 평가자료로 활용키로 했다.

2001학년도의 수능(총점).학생부.논술성적에 비해 요구사항이 늘어났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에서도 서류.지필 성적 반영이 생겨났고 반영 비중도 커진다.

모집비율이 대학별로 20~80%나 돼 2001학년도보다 배가 늘어난 특별전형에서는 대학들이 수상경력.자격증.어학 성적을 요구한다.

총점 위주로 반영돼 왔던 수능성적 역시 2002학년도부터 연세대.건국대.경희대.성균관대.숙명여대.중앙대.한국외국어대에서는 등급(2002학년도의 경우 9등급제 실시).영역별 성적을 모두 반영한다. 일부 대학은 총점도 여전히 반영한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수능성적은 변별력을 낮춰 자격기준으로 삼는 등 수험생 부담을 줄이겠으며, 이같은 방향으로 대학들을 설득하겠다" 고 발표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설 입시기관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실장은 "수능이 계속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학들이 수험생을 평가하는 도구를 더 많이 만들어내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자율선발도 좋지만 평가와 선발의 공정성을 따지다 보니 시험이라는 검증된 잣대를 선호하게 된다" 고 말했다.

◇ 다양한 전형에 헷갈린다=각 대학이 특별전형 유형을 크게 늘리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길이 너무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고교 2학년생이나 학부모들은 대학들이 공표한 입시계획이 부실해 상세한 자격조건 등 준비사항을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학들이 내년 3월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데도 아직까지 세부 지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재능보유자.자격증 소지자 전형의 경우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경력 및 실적을 평가하고 면접을 실시한다' 고 돼 있다.

경기도 안양고 2학년생의 학부모 金모(46.주부)씨는 "뭘 준비해야 할지 몰라 어학시험도 보게 하고, 경시대회 준비도 시킨다" 고 답답해 했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은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지만 대부분 사립대들은 종전처험 실시, 논술도 2중부담이 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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