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 뒤편서 NGO가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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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G8 정상회담의 주역은 8명의 정상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비정부기구(NGO)들이 이번 회담에서도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채무 탕감운동을 벌여온 '주빌리(Jubilee)2000' 은 가장 주목받는 NGO. 회담 개막일인 21일 오전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와 만나 구체적인 채무 탕감책을 요구했다. 모리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이 단체 대표를 만난 것 자체가 발언권을 엿보게 해준다.

뿐만 아니다. 이 단체는 19일부터 3일간 나하(那覇)시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개도국 채무 탕감이 남북문제의 최대 현안임을 역설했다.

참가자는 30여개국에서 온 3백여명. '주빌리 2000' 은 지난해 쾰른 정상회담 때도 회의장을 인간사슬로 에워싸 G8이 7백억달러의 채무삭감을 추진하는 '쾰른 채무 이니셔티브' 를 실현시킨 바 있다.

후카가와 요코(普川容子)공보담당은 "의장국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NGO활동에 대한 관심이 낮다" 며 "그러나 채무탕감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여 다행" 이라고 말했다.

환경 NGO도 태풍의 눈이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 NGO는 '국제환경NGO포럼' 에서 집약된 의견을 G8 정상들에게 전달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도 21일 회견을 갖고 각종 감염증 대책을 정상들에게 호소했다.

평화.인권단체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오키나와의 반(反)기지 운동과 접목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주로 세미나 형태로 진행돼온 운동은 20일 가데나 미 공군기지를 인간사슬로 에워싸는 '포위행동' 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 시위에는 1백여개 일본 시민단체와 상당수 해외 NGO가 참가했다. 미국 NGO인 '보스턴 오키나와 네트워크' 측은 "미국 시민들이 기지 정리.축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오키나와 주민은 물론 G8 정상들에게 알리고 싶다" 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NGO가 오키나와로 대거 몰려오자 프레스센터 인근에 'NGO센터' 를 설치,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1일 현재 이곳을 거점으로 삼은 단체는 15개. 외무성의 발빠른 NGO 지원조치는 지난해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나 올 4월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총회 때와 같은 폭력시위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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