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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사속 다이옥신 검출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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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매년 봄철 중국에서 황사(黃砂)가 날아올 때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의 공기 속 농도가 평소의 세배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산에서 측정한 수치여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과 충청지역에선 황사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게 부경대 연구팀의 분석이다.

부산의 공기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의 평균 농도는 최대치가 0.15pg(피코그램.1pg은 공기 1㎥당 1조분의1g의 다이옥신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몸무게 1㎏당 1~4pg' 이다. 몸무게 60㎏인 성인 남자의 경우 하루 60~2백40pg이 넘는 다이옥신을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환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1백~2백pg의 다이옥신을 섭취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97~99%는 소.닭.돼지고기와 우유 등 음식물을 통해, 나머지는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다이옥신의 수치는 아직 건강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한 n(나노.10억분의1)나 p(피코.1조분의1) 같은 단위는 너무 미세해 측정.판독 과정에서 전문성.엄격성이 요구된다.

환경당국은 황사 등 이른바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 이 이미 중대한 국제문제로 떠오른 만큼 다이옥신 등 다양한 유해물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립환경연구원은 1997년부터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에 대한 본격 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로 아황산가스.황산염 등에 초점을 둔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인체나 농작물.건축물 등에 해를 끼치는 공해 물질이 황사에 들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연구해야 한다.

미국은 최근 동아시아의 대기오염 물질이 태평양을 건너왔고, 그 속에 자국의 기준치를 넘는 오존이 포함돼 있음을 밝혀냈다.

정부는 황사 등 국제적 오염물질을 둘러싼 환경외교와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한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이미 구축된 환경협력체계를 바탕으로 국제 환경문제에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이 세 나라는 95년 환경워크숍을 정부 차원에서 열어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 했고, 공동연구 수행에 합의했다.

환경 전문가들 사이의 학술 교류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환경오염을 줄이거나 막는 방안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환경외교와 협력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오염 문제가 은연중 한 국민의 다른 국민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내에 들어오는 오염물질뿐 아니라 외국으로 나가는 것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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