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만날까 오빠그림만 모았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10년 전부터 오빠가 북한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행여 못만날까봐 기회닿는대로 오빠의 그림을 사 모았어요. "

북한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창모(鄭昌模.68)씨의 여동생 남희(南姬.54.전주시 효자동)씨는 "이들 그림을 보면 오빠가 나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는 것 같았다" 며 직접 만나게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남희씨는 "오빠는 전주북중 5학년을 다니다 6.25가 터지면서 의용군으로 입대, 월북했다" 며 "10여년 전 미국 교포신문에 중앙일보 특파원 이찬삼 기자가 쓴 '공훈 예술가 정창모' 기사가 크게 실려 있는 것을 친척이 전해줘 오빠의 생존사실을 알았다" 고 말했다.

남희씨와 언니 춘희(春姬.61.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씨 자매는 그동안 만날 수 없는 혈육의 애끓는 정을 달래기 위해 오빠가 그린 '비파' 등 6점을 무역상이나 백화점 전시회 등에서 구입해 보관하고 있다.

정창모씨는 인물화.풍경화.화조화.정물화 등 조선화의 각 장르에서 북한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남북화해바람을 타고 수년전 국내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다. 77년 공훈예술가, 88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북한은 그를 20세기를 빛내는 주체 미술사와 더불어 조선화의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로운 경지로 발전시킨데 가장 앞장선 '화가의 한 사람' 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76년에는 김일성 주석의 집무실인 금수산 의사당 기념촬영대에 걸린 '비봉폭포의 가을' 을 그려 김주석의 극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주〓장대석,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