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작곡가 진은숙씨 유럽서 명성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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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3년째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작곡가 진은숙(陳銀淑.39)이 최근 실내악 편성은 물론 대편성 관현악으로 작품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덴마크 라디오와 스웨덴 예테르보리심포니.핀란드 오슬로필하모닉이 공동으로 작품료를 부담해 陳씨에게 위촉한 신작, 소프라노.베이스 독창과 혼성합창, 오케스트라를 위한 '칼라(Kala)' 가 내년 9월 예테르보리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또 베를린 도이체심포니가 위촉한 '바이올린 협주곡' 이 오는 2002년 베를린에서 켄트 나가노의 지휘로 첫선을 보인다.

때를 같이 하여 1백56년 전통의 영국 현대음악 전문 계간지 '뮤지컬 타임스' 최근호가 그의 음악세계를 11쪽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음악평론가 아놀드 휘털의 글을 실었다.

그는 陳씨의 작품세계를 '명상과 운동성이 공존하는 세계' 로 분석하면서 최고의 작품으로 지난해 5월부터 하노버.베를린.런던 등지에서 초연돼 온 '12개의 피아노 연습곡' 시리즈를 꼽았다.

최근 작은 지난 5월 런던에서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 75회 생일 축하공연에서 초연된 제5번 '씨앗(Grains)' .

세계 유명 교향악단이 정기연주회를 위해 작곡가에게 독주악기나 합창이 동원되는 대규모 작품을 위촉.초연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럽 음악계에서 陳씨의 지명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또 모든 음악장르 중 가장 대중적인 오케스트라가 그의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은 비록 현대음악이긴 하지만 스탠더드 레퍼토리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그가 협주곡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3년 10월 도쿄문화회관에서 도쿄도(東京都)심포니가 '산티카 에카탈라' 를 초연했으며 97년 6월 영국 카디프에서 웨일스 BBC교향악단이 영국 피아니스트 롤프 히드와의 협연으로 '피아노 협주곡' 을 초연한 바 있다.

그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재학 중 팬뮤직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으며 84년 ISCM페스티벌 작품 공모에서 '게슈탈텐' 으로 입선했다. 현재 영국 부시 앤 호크 출판사 소속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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