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매 컴퓨터가 알아서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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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주식매매는 컴퓨터에 맡겨주세요."

예전보다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커져 개인투자자로서는 장세 따라가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웬만한 투자자들은 하루 종일 급등락을 거듭하는 시세흐름을 분석하고 매매시점을 제때 포착할 만한 능력도,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 뿐인가.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팔지 못하고, 떨어지면 본전 생각에 손절매 시기를 놓쳐 수익률이 항상 바닥을 기기 십상이다.

이럴 때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도.매수 시점을 알려주거나 아예 매매까지 대신해 주는 시스템트레이딩(System Trading)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투자자가 종목과 매수.매도 조건 등을 컴퓨터에 입력해 놓으면 컴퓨터가 관련정보를 체크하고 매매해 주는 것을 말한다.

종전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선물 등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분야에 활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에게도 이용할 길이 열리고 있다.

신흥증권은 지난 4월 초부터 각종 기술적 지표가 투자자가 정한 조건에 도달하면 주식을 사고 팔라는 신호를 모니터를 통해 보내주거나 자동주문을 내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교보증권도 특정종목의 주가가 얼마로 내리면 매수하고, 얼마 오르면 분할매도할 지 조건을 설정하면 컴퓨터가 그 시점에 주식매매를 알아서 해주는 '오토스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LG.대신.삼성증권과 제일투자신탁 등도 비슷한 시스템 트레이딩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여러 증권사들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매매를 대신해 준다는 점에서 직장인 등 생업에 바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시스템 트레이딩의 최대 장점이다.

◇ 활용 사례〓지난 5월 중순부터 교보증권에서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용해온 회사원 李모씨는 6주간 4개 종목에 투자해 모두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삼성SDI의 경우 5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8백만원을 투자해 22.2%의 수익률을 기록, 이 기간 중 주가상승률(9.7%)의 2배를 넘었다.

매입가격보다 6% 이상 오르면 분할 매도하고 매도가격보다 2% 이상 내리면 매도하는 조건을 설정한 결과다. LG상사.현대백화점.영원무역 등도 큰 폭의 초과수익률을 냈다.

물론 시스템 트레이딩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교보증권 사이버기획부 김대중 과장은 "종목과 목표수익률을 정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타난다" 고 지적했다.

◇ 주의할 점=시스템 트레이딩은 적합한 종목이 따로 있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이나 유통주식수가 적은 소형주는 피해야 한다.

이런 종목은 경우에 따라 줄곧 오르거나 마구 떨어져 정해진 틀 안에서 사고 파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기에는 적당치 않기 때문이다.

유통성이 큰 대형 우량주로 시세가 박스권 안에서 등락을 보이는 주식이 제격이다. 등락폭 등 패턴을 잘 읽고 매수.매도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따라서 과거 시세 움직임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통해 성향을 잘 아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또 대세 상승기나 대세 하락기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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