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터넷 도박 금지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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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그동안 치열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터넷 도박 금지 법안이 다음주 미국 하원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로버트 굿래트 공화당 의원(버지니아)이 제안한 이 법안은 인터넷 상에서 도박 성격을 띤 대부분의 사이트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인터넷 카지노는 물론 스포츠 경기결과 내기나 복권판매 사이트 등이 모두 적용된다.

인터넷 상엔 현재 7백개가 넘는 도박사이트가 정부의 규제없이 성업 중이며 매일 새로운 도박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12억달러(약1조3천억원)선에서 2년 뒤에는 30억달러(약3조3천억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과 유사한 이 금지 법안은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손님을 뺏길 것을 우려한 라스베이거스.애틀랜틱 시티 등 카지노 업계의 로비로 마련됐다.

그러나 인터넷 도박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들의 반대 때문에 일부 내용이 바뀌었다. 경마업자들의 치열한 로비로 당초 법안에서 금지대상에 포함됐던 인터넷 경마가 제외됐으며 개 경주와 하이알라이(핸드볼과 비슷한 구기) 등도 빠졌다. 그러나 복권은 수십만달러를 동원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금지대상으로 남았다.

이렇게 되자 금지 법안의 형평성을 놓고 관련업계와 종교계, 각종 스포츠단체 등이 논란을 벌였다. 그 결과 법률회사와 로비스트들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카지노 업계는 인터넷 도박에 철퇴를 가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인터넷 도박에 뛰어들 준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전국검사협회.전국교회협의회.전미대학체육협회.메이저리그 등도 법안 통과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진영의 주장도 만만찮다. 쌍방향 도박협의회의 수 슈나이더 의장은 "인터넷 관련 기술이 워낙 급속히 발전하고 있어 금지 법안이 실제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 이라며 이를 합법화한 뒤 규제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진영 가운데는 다수의 주(州)지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 복권판매액을 늘릴 수 있는 이상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 사이트를 정부가 금지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자유주의자들의 반대도 거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법무부는 인터넷 경마를 금지 대상에서 뺀 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앨 고어 부통령도 전자상거래가 침해당할 것을 우려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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