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성탄절 여객기 테러 시도 우리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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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미수범 압둘무탈라브가 범행 당시 입었던 팬티(위쪽 사진)가 2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공개됐다. 폭발로 인해 찢겨져 있다. 아래 사진은 그가 허벅지 사이에 붙여 기내로 반입한 폭발물의 잔해로 살짝만 터진 상태다. [로이터·AP=연합뉴스]

9·11 테러의 주역인 알카에다가 성탄절 미국 여객기 테러 시도 사건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28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조직(AQAP)은 이날 이슬람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예멘의 알카에다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보복하기 위해 테러를 시도했다”며 “나이지리아인에게 최신 (폭발) 장치를 제공했지만 기술 결함으로 폭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테러를 시도한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가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AQA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에 기반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한 첫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이 사건 관련자 모두를 색출해 응분의 책임을 지울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우리가 직면한 위험과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예멘·소말리아 등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위해 모의하는 곳이면 어디든, 그리고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또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감시 대상자 리스트와 항공안전 규정을 재점검하고, 미국을 공격하려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도록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예멘에 대테러 전초기지 건설”=뉴욕 타임스는 이날 미국이 예멘에서 알카에다를 축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비밀리에 구축해 왔다고 익명의 전직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이은 제3의 대(對)알카에다 전선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CIA가 1년 전 대테러전 경험이 있는 현장요원들을 예멘에 파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 국방부가 앞으로 18개월간 7000만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멘은 이슬람 근본주의 전통이 강한 지역으로 상당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은신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알카에다 예멘 지부가 정치적 불안을 이용, 중동 알카에다의 핵심부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객기 테러를 시도한 AQAP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초 사우디와 예멘 조직을 통합해 결성됐다. 조셉 리버먼(무소속) 미 상원의원은 이날 “지금 예멘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곳은 내일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예멘 선제공격론을 폈다.

워싱턴·서울=김정욱 특파원·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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