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햄프셔주하원 사상 첫 탄핵 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미국 뉴햄프셔주 하원이 13일 데이비드 브록(64) 주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켜 미 법조계가 떠들썩하다.

사법 우위국가이고 판사에 대해 절대적 권한과 존경을 부여하는 미국에서 주 대법원장이 탄핵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브록 대법원장은 상원 심사를 거친 뒤 곧바로 해임된다.

하원은 또 브록이 상원 심사 전 사임하면 연금을 그대로 받게 하자는 안건도 부결해 버렸다. 브록 대법원장의 몰락은 지난 2월 동료 판사인 스티븐 테이어 3세 이혼재판이 계기였다.

대법원장은 이 재판을 맡을 두명의 판사를 임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이혼소송의 당자사인 테이어 판사와 친분이 있었다.

공정한 재판을 하려면 기피대상 판사들이었던 것이다. 테이어 판사조차도 자기 재판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데 반대하면서 소란이 시작됐고 의회 법사위가 개입했다. 그러나 문제가 더 커진 것은 주 검찰총장이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검찰이 브록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이 담당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의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물론 금품이 오간 증거는 없었고 브록 대법원장은 그런 요구를 했다는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상원은 당사자들의 엇갈린 증언을 들은 뒤 브록은 판사의 자격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원은 이 사건 이후 법관 회피 관련조항을 강화했다. 또 대법원 판사 임명 때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개혁안까지 통과시켰다.

헨리 모크 하원 법사위원장(공화당)은 "뉴햄프셔 대법원에 풍미하고 있는 비밀주의 문화로 법원 운영이 잘못되고 있다" 면서 "뉴햄프셔주에 사는 판사.변호사와 서민 등 모두에게 요구되는 똑같은 윤리적 잣대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렸다" 고 밝혔다.

하원은 이날 브록과 함께 윤리규정 위반혐의로 법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온 두명의 판사에 대해선 탄핵사안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혼소송의 당사자였던 테이어 3세 판사는 사임했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