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도 보신관광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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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보신관광의 바람이 민족의 성지 백두산까지 밀어닥쳤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 코브라탕 등을 먹고 미국·캐나다에서는 곰사냥까지 벌여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일부 관광객의 보신관광이 중국쪽 백두산 부근에까지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백두산을 다녀온 생태조사단 관계자와 관광객들에 따르면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부근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멧돼지·오소리·노루 등의 야생동물 요리를 공공연하게 판매하고 있다. 음식점 주인은 대부분 조선족·음식점 수는 60여개에 달한다.

오소리의 경우 3인분 기준으로 10만원 정도에 요리를 만들어 내놓고 있으며 일부 업소에서는 1인분에 10만원씩 하는 곰요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노루와 뱀탕도 1만~3만원씩 받고 판매하고 있다.

관광을 다녀온 李모(45·서울 봉천동)씨는 "이들 식당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야생동물 요리 차림표가 별도로 있었으며 종업원들도 먹으라고 권유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야생동물 보신식당은 중국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대형 음식점들로부터 커미션을 받고 이같은 보신관광을 알선하고 부추기기도 한다는 것. 朴모(52·여·경기도 고양시)씨는 "한국 관광객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야생동물 요리를 많이 찾으니까 조선족들이 너도나도 뛰어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며 "일행 중에는 현장에서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소리를 중탕한 팩까지 한아름 사들고 돌아온 사람도 있다" 고 말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초 두번째로 중국 장백산 자연보호구 생태계 조사를 다녀온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장문준(張文準)전무도 "중국에서는 관광수익을 올린다는 측면에서 방치하는 듯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월드컵대회 등을 앞두고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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