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대단원(大團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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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5개의 막으로 된 연극의 구성은 ‘발단→상승→절정→하강→결말’로 이루어진다. 이때 ‘결말’ 은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연극이 끝나는 부분으로서 ‘대단원(大團圓)’이라고도 한다. 삶이나 스포츠도 때로는 연극 이상으로 굴곡이 많다. 그를 증명하듯 일상에서도 ‘대단원’이란 용어가 자주 쓰인다.

“수년간에 걸친 할아버지의 간암 투병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2009년 프로야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찬란한 우승 트로피는 KIA 타이거즈의 것이 됐다” “리먼, 메릴린치 등 금융시장의 공룡들을 무너뜨리면서 그간 계속돼 왔던 신용위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 듯하다” 등은 이 단어를 제대로 쓴 예다.

개중에는 ‘대단원’이란 단어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이는 표현들도 가끔 눈에 띈다. “오늘부터 열흘간 열리는 2009 ○○사과축제가 ○○도립공원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제15회 미주체전을 시작하는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등이 그런 사례다. ‘대단원’은 ‘결말’인데 축제며 체육대회를 시작하자마자 끝내 버렸다는 얘기일까. 사족(蛇足)이 문장을 망친 경우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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