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놔 두면 암발생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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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스피린 등 소염제가 암의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의학잡지 NEJM은 최근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연구결과를 인용, 소염제의 일종인 쎄레브렉스를 77명의 가족성 용종증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대장암을 일으키는 용종(작은 혹)의 숫자가 28%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가족성 용종증이란 대장 내에 수백개의 용종이 생기는 유전질환으로 방치할 경우 1백% 대장암에 걸린다.

지금까지 최선의 방법은 암에 걸리기 전에 수술로 대장을 절제해주는 것.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로 수술 대신 소염제를 투여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국제암저널지도 러시아 모스크바 암연구센터의 연구결과를 인용, 헬리코박터 감염자에게 아스피린을 복용시킨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40%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헬리코박터란 위장 내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이 균이 있을 경우 위암 발생률이 4~6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는 "소염제 복용이 암 발생을 낮춘다는 것은 학계에서 이미 공인된 이론" 이라며 "심장병 환자가 심장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소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듯 가족중 암 환자가 많은 고위험군의 경우 암 예방차원에서 소염제 복용을 검토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규모 임상시험 등 학문적 증거를 갖추기 전에 보통 사람들이 단지 암을 예방하기 위해 소염제를 복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

소염제는 체내에서 발암물질의 형성에 관여하는 염증 매개물질 COX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래된 염증이 암의 위험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금까지 발갛게 붓고 아픈 염증은 세포가 손상을 받았을 때 혈류량을 늘려 영양분을 공급하는 등 세포의 복구를 위해 인체가 불가피하게 동원하는 보호작용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간염이나 위염이 간암이나 위암으로 악화되듯 염증이 오래되면 세포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몸에 염증이 생기면 빨리 치료하는 것이 암 예방을 위해서도 좋다는 결론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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