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독서 고수] 『사랑이 내게로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이 책은 올해의 끝자락에 다가왔습니다. 프시케의 결연한 사랑이, 오셀로의 비극적 사랑이 저를 덮쳤고, 이별마저 사랑한 여인 카마라가 쉴 틈 없이 제 마음을 노크했지요.

책에 실린 33가지의 향기를 모두 즐기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정작 제게서는 아무런 사랑의 향기가 나지 않음을. 어쩌면 이는 젊었을 때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는 핑계로 가슴 속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눌러버린 저에 대한 단죄는 아니었을까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태어나고 사라졌던 수많은 이들은 그들의 존재를 사랑의 향기로 남겨왔습니다. 저 역시 다른 이들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 실려 하루하루를 떠내려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향기를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아, 혹 당신은 제 글을 읽으며 무의식적으로 사랑의 정의를 남녀의 사랑에 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지만 제가 얘기하는 사랑은 단지 그것만이 아닙니다. 이 책 덕에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영어 단어 하나가 아니라 풀 한 포기까지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 인생을 향해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올해 끝자락에 이 책을 잡은 것은 슬픔이자 행운입니다. 제 사랑농사의 초라함을 마주하게 된 것은 슬픔이고, 메말라버린 마음을 갈아엎어 내년을 위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게 된 것은 행운입니다. 내년엔 이 씨앗을 싹 틔우기 위해 뜨겁게 사랑하겠습니다.

한종빈 (군인· 23·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중 독서캠페인 ‘Yes! Book’의 하나로 진행해온 ‘나도 독서고수’ 공모가 이번 주로 막을 내립니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