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굴 수혈 대법원…보안법 '교정'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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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1일부터 대법관 13명 가운데 6명이 바뀌게 됨에 따라 앞으로 대법원의 판결 경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판사.검사들과 변호사들은 대체로 "큰 변화가 있겠느냐" 는 유보적인 반응이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등 일부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향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은 신임 대법관들의 법원.검찰 재직시절 내린 판결이나 평소 보여준 가치관에 근거한 것이다.

민변 회장인 송두환(宋斗煥)변호사는 "신임 대법관들이 모두 20여년간 대법원 판례에 입각해 판결을 내리거나 수사를 한 법조인들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고 지적한다.

그는 "대법관 임명에 지금처럼 경력제(carrier system)를 유지하는 한 새로 구성될 재판부에서도 종전의 기조가 대부분 유지될 수밖에 없다" 고 전망했다.

성문법 국가로서 법관은 법규의 해석을 주된 임무로 하는 우리의 법체계상 대법관의 임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변화가 별로 없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법원은 판결을 통해 직접 법을 형성해 나가는 기능을 갖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신임 박재윤(朴在允)대법관이 참여연대의 삼성SDS 신주 인수권부 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던 것도 발행과정에 절차상 흠이 없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일 것" 이라며 "법규해석을 사명으로 하는 판사에게 정치적.이념적 판단에 따른 또다른 결론을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 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사.상사 및 행정소송 등의 이론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 신임 대법관들에 의해 새로운 법 해석 및 활발한 논쟁을 통한 판례 변경 등이 점쳐지고 있다.

대법원의 한 중견판사는 "특히 손지열(孫智烈).박재윤 대법관은 법이론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 소개하고 "전원합의체 판결 때 과거보다 훨씬 활발한 토의가 있을 것" 이라는 말로 변화조짐을 시사했다.

나아가 국가보안법 같은 시국사건 등에선 신임 대법관들이 종전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판례정립에 적극 나설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관련된 청문회 질문에서 배기원(裵淇源)신임 대법관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는 진일보한 입장을 보였다.

이강국(李康國)대법관은 "과거의 국가보안법 재판을 다시 하면 결론이 다를 것" 이라고 사실상 판례 변경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 등 법규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안에 대해서는 후보들 모두 국회에서의 법개정이 먼저라는 유보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어 대법원의 변신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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