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꿈의 전화' 제대로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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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T-2000의 사업자 선정 원칙이 결정됐다. 사업자는 3개, 기술표준은 복수(동기.비동기), 선정방식은 심사제에 경매식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다.

이 틀에 맞춰 연내 사업자가 정해지고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IMT-2000은 지구 어디서나 단말기 하나로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고, 동(動)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꿈의 전화' 로도 불린다.

세계 각국에서 제한된 티켓을 놓고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는 것은 휴대폰이 그쪽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 더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되는 거대시장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논란의 소지는 남았지만 기본방향 자체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경쟁은 촉진하되 과열을 막으려면 사업자는 3개 정도가 적당하다.

또 우리는 동기식 기술에 강한 반면 전 세계시장의 80% 정도가 비동기를 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쪽에만 치우치는 위험부담을 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각 사업자에게 1조원 이상의 출연금을 부과하는 것도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단 이 돈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원칙이 정해짐으로써 첫 고비는 넘겼지만 진짜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만들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사업자를 뽑는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소비자 보호, 관련산업의 국제경쟁력, 그리고 국가경제의 측면에 초점을 맞춰 뽑아야 한다.

우선 과열경쟁으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함께 부실을 자초했던 개인휴대통신(PCS)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심사기준에서 중복투자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기지국.중계탑 등을 공동 활용하는 등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제조업체들도 소비자에게 단말기를 싸게 공급하기 위한 경쟁을 자제하고 로열티 협상에서 전략적 제휴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IMT-2000은 2002~2010년 최소한 40조원의 생산유발과 42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그러나 서비스 3사가 모두 우리 기술력이 취약한 비동기를 택하면 국내 관련제조업의 충격은 엄청날 뿐 아니라 통상마찰의 소지도 있다.

이런 점에서 동기.비동기가 균형을 이루는 방안을 업계가 자율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관련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보완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선정 절차의 투명성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과거 제2이동통신.PCS 등에서는 청문회가 열리고 관계자들이 사법처리되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투명하고도 공정한 절차로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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