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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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대통령' 과 '독재자' 의 만남이었습니다. 북한의 목적은 서방세계와 한국정부의 경제지원 뿐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북한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겁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기업 메세나협회 초청으로 내한한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56)은 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은 외부의 돈을 끌어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혈안이 돼있을 뿐 통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고 말했다.

1996년과 97년 프랑스 총리자문위원 자격으로 두차례 북한을 방문한 소르망은 "북한은 예술을 역사의 재현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 또는 무덤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한국예술의 창조력은 음악과 미술.조각.비디오 영상.영화.문학 등에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르망은 "한국이 배출한 예술가들은 무한한 경제적 자산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예술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예술분야 지원을 일방적인 '원조' 로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인 '투자' 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88년 올림픽 때 한국의 '현대성' 만 강조하고 전통문화에는 소홀했죠. 그것이 한국전통을 찾아다니던 서방기자들로 하여금 한국의 보신탕문화를 보도하는 사태를 낳았다고 봅니다."

그는 "2002년 월드컵때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소개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최근 나온 그의 저서로는 '자본주의의 종말' '프랑스식 행복' '세계는 나의 민족' 등이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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