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자녀 운동' 실패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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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당국이 1980년 9월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한자녀 갖기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영자지 i메일은 6일 중국 국가계획생육(출산)위원회 관리들의 말을 인용, 14세 이하 3억명의 중국 어린이 중 20%만이 독자이고 열 가구 가운데 여덟 가구가 두 자녀 이상을 낳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시안(西安)에 사는 기업인 웨이(魏)의 경우 3만3천위안(약 5백만원)을 들여 둘째 아이를 낳으려 하고 있다.

그는 아내의 둘째 아이 임신사실을 당국과 이웃이 눈치채지 못하게 임신 7개월인 아내를 처제 집에서 살게 했다.

둘째 아이는 국가 직영 병원보다 비용이 세배가량 비싸지만 3천위안(약 45만원)을 들여 사설 병원에서 비밀리에 낳을 계획이다. 또 공무원에게 1만위안(1백50만원)의 뇌물을 주면 호적에도 올릴 수 있다. 그 뒤 법을 어긴 데 대해 벌금 2만위안을 내면 모든 게 끝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구제한이 실패한 데는 갈팡질팡했던 정책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중국 당국은 49년부터 "인구는 국력" 이라며 다산을 권장했다.

그 결과 49년 5억4천만명에서 73년엔 8억9천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나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했다. 이에 놀란 중국 정부는 80년 9월 강제적인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등 대도시에선 먹혀들었지만 중남경녀(重男輕女.남아선호)와 다자다복(多子多福.자식 많은 게 복) 의식이 뿌리깊게 박힌 농촌지역에서는 오히려 '호적에도 못올린 아이(黑孩子)' 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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