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과 수평관계 준비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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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24일 "한.미관계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여야 한다"면서 "우리(미국)는 한국과 수평적 관계를 이룰 의지와 준비가 돼 있는데 한국이 준비돼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한국국방연구원(원장 황동준) 주최로 이날 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방포럼 조찬 강연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미국에 할 말을 좀 하는 사이이고 이 같은 정책을 지속하면 대등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미국은 '빅 브라더'(형님)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1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보니 '한번에 시장을 보는'(one stop shopping) 형태가 아니라 여러 소매점을 들른 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최근 한.미관계의 협상과정이 복잡하고 꼬여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힐 대사는 "미국 내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북한은) 안보와 경제개발 어떤 것도 핵무기 개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는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면서 "이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힐 대사는 6자회담이 미국 대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에 "민주당도 다자회담(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선이 6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케리 후보 측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6자회담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의 핵물질 실험 파장에 대해 "현재 한국은 완전히 (IAEA에) 협조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도 이 정도만 따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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