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설치된 교량들도 염해(鹽害)를 앓고 있다. 파도와 바람에 실려온 염분이 콘크리트 속으로 침투해 철근을 부식시킴으로써 수명을 단축하고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과 건설업체들은 비래(飛來·날아옴)염분 피해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내염(耐鹽)처리를 소홀히 하고 있어 곳곳에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장 해상교량인 서해대교의 경우 완공도 되기 전에 곳곳에 다량의 염분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서해대교〓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8년째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과 충남 당진군 송악면 사이의 다리.
중앙일보가 입수한 서울대 에너지자원신기술연구소의 '서해대교 콘크리트의 깊이별 염화물량 측정 보고서(2000년 2월 14일)' 는 "서해대교 57번 교각 4m 높이에서 산(酸)가용성 염분이 0.393(7.5㎜ 깊이)~0.165%(22.5㎜ 깊이), 수용성 염분량이 0.371~0.142%가 검출됐다" 고 밝혔다. 이는 KS 허용치 0.013%의 최고 30배가 넘는 양이다.
사장교 주탑(主塔) 40m 높이에서도 0.02%의 산가용성 염분이 나와 이미 다리 전체에 상당량의 염분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표면에서 철근까지 불과 3㎝에 불과한 교각 윗부분의 경우 앞으로 3~4년 후에는 염분이 철근에 도달하고 15~16년 후에는 철근이 부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기타 교량〓충남 당진군 당진읍 삽교방조제의 20년 된 교량은 측면 슬래브 콘크리트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고 삐죽삐죽 나온 철근은 녹슬어 있다. 바닷바람에 섞여 있는 염분이 콘크리트를 뚫고 철근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줄포교·섬진강교·부용교·변상교·동진강교 등 다른 서남해안가 다리들도 하나같이 철근에 팽창성 녹이 발생, 육안으로도 단면 손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다.
지금은 교통이 통제된 전북 김제시 청하면 장산리 구(舊)만경대교 옆에 10여년 전 새로 놓인 만경대교. 이곳 역시 한양대 콘크리트연구실이 조사한 결과, 염분 침투로 교각 하부는 앞으로 3.84년, 상부는 2.74년이면 철근 부식이 나타날 것으로 나타났다.
◇ 소홀한 대응〓교량 중 바닷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는 물보라를 받는 곳이고 다음이 물보라 바로 윗부분의 해상대기부다.
도로공사는 물보라 부위의 경우 일부 교각에만 내염도장을 했을 뿐 해상대기부에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해대교 건설 관계자는 "97년 이후 내염재료 성능에 대한 논란이 일어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앞으로 콘크리트학회에 의뢰,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상당량의 염분이 콘크리트 속으로 스며든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치밀한 예방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