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싱가포르, 인니에 상수원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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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구 3백만명의 동남아시아 항구도시 싱가포르가 물부족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돌며 상수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그동안 물을 공급해주던 말레이시아 대신 인도네시아와 새 계약을 하고 대규모 저수지 공사에 들어가는 등 고심하고 있다.

◇ 매머드 급수 프로젝트〓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대규모 물공급 프로젝트가 성사단계에 이르러 7월 초순에 체결될 것" 이라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에 본토 면적(6백56㎢)의 80배(5만여㎢)에 달하는 거대한 저수지를 건설해 물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5년간 15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사업에는 싱가포르 민간 기업과 인도네시아 북서부 리아우주의 투자회사들이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상수원은 인도네시아 리아우주의 캄파르강 유역에 건설된다. 여기서 싱가포르까지 무려 4백50㎞에 달하는 해저 파이프를 통해 물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공공시설위원회 관계자는 "1백년간 하루 최대 10억갤런까지 공급하도록 한 1991년의 양국 협정에 따른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리아우주 투자회사 관계자도 "최종 협정이 체결되면 저수지 건설은 늦어도 5년 안에 마칠 수 있다" 고 말했다.

◇ 물 분쟁〓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있는 싱가포르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며 수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세계 6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싱가포르는 90년대 이후 물소비량이 매년 6%씩 증가하면서 대대적인 절수운동을 벌여왔다.

싱가포르는 60년대 초부터 국경을 이웃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왔다. 원수(源水)를 값싸게 수입해 정수한 뒤 80%는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 20%는 말레이시아에 되팔아왔다.

그러나 원수구입비와 정수판매가격이 최고 7배까지 차이가 나자 말레이시아의 불만이 커졌고 90년대 들어 말레이시아의 정수기술이 발전하면서 압박이 더 심해졌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 자신들이 정수한 물을 구입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고 2011년으로 끝나는 원수공급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싱가포르로서는 값싼 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급수원을 찾아 결국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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