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집중조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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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 종합검사는 내년 1월 14일~2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사전검사가 실시됐다. 그런데 이 검사부터 이례적이다. 보통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검사를 할 때는 서류를 제출받는 정도에서 그치거나, 현장 검사를 해도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이 고작이었다. 이번 사전검사는 일주일이나 지속됐다. 금감원이 사전검사 단계에서부터 KB금융의 고삐를 단단히 죈다는 분석이 금융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검사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개 사외이사는 회사의 업무에 직접 간여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의 주 대상이 아니었다. 금감원은 그러나 강도 높게 사외이사를 조사해 이미 일부 사외이사의 권한 남용과 비리로 추정되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12월 25일자 1면>

이렇게 사외이사에 검사의 초점을 두는 것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회장을 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KB금융 회장 후보 1명을 뽑아 이사회에 올리는 권한을 가진 9명의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멤버는 전원이 사외이사들이다. 회장 선임을 결정하는 이사회 11명에도 사외이사 9명 전원이 포함된다. 사실상 사외이사가 회장을 선임하는 셈이다.

이런 사외이사들에게 도덕적·법적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불꽃은 이들이 뽑은 KB금융 회장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이미 칼끝은 이달 초 열린 회추위와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결정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KB가 회장을 뽑겠다고 했을 때 여러 경로를 통해 연기해 달라고 KB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제 개편 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KB는 회장 선임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KB금융 회장 후보로 나섰다 중간에 사퇴한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사외이사와 접촉이 많은 내부 인사와는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계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강 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절차를 강행한 점을 금융감독 당국이 문제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 경쟁 후보의 사퇴에도 강 행장이 굳이 후보를 고수한 점도 당국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분석이다. 이번 검사가 강 행장에 대한 표적검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정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표적검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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