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표 “한 전 총리로부터 부탁 받은 적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나는 한명숙 전 총리로부터 어떠한 부탁도 받아본 적이 없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연일 계속되는 검찰발 언론 보도로 한명숙 전 총리 수뢰 의혹의 불똥이 자신과 민주당으로 튀고 있는 상황을 차단하려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한 전 총리는 한 점 흠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나 자신 또한 어떠한 일도 불법적이거나 잘못된 일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을 향해 그는 “여러분도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려 줄 것을 부탁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지난 21일 언론 보도로 2006년 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정 대표가 택한 전략은 ‘무대응’이었다. 노영민 대변인을 통해 “(총리공관 오찬 자리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의 발언이 없었다”(21일),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23일)는 입장을 낸 게 전부였다.

전략을 바꾼 직접적 계기는 이날 자신의 측근이 “곽씨에게서 2만 달러를 받았다”고 시인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였다. 정 대표는 “한 전 총리가 저들의 정치공작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직접 대응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일련의 보도가 당을 흠집 내고 또 당대표인 나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날조와 명예훼손이 이뤄지고 있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늘 신문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꺼낸 말이다.

정 대표는 검찰 수사를 여권의 “정치공작”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 시점에 한 전 총리를 끌어들인 본질적 이유는 지방선거”라며 “자신이 없는 한나라당이 어떻게든 이겨 보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나까지 끌어들여 장기화하면서 야당 죽이기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날도 사실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한 전 총리의 법적 대응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우리 관심 사항 아니다”=검찰은 곽영욱 전 사장이 남동발전 사장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의 역할과 관련해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우리의 관심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전 총리에 대한 공소를 제기했는데 다른 것을 조사할 여력이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가 나올 경우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열어뒀다. 

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