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주축 경제단체 설립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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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주축이 되는 모임과 단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경련 등 국내 경제단체들도 산하에 외국기업 관련 기구를 만들거나 남북경협 등에서 외국 경제단체들과 연대하기 위해 잰 걸음을 하고 있다.

◇ 늘어나는 외국경제단체〓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모임인 '다국적 의약산업협회' 는 설립 1년 만인 이달 초 보건복지부의 단체 승인을 얻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당초 한국제약협회 회원사였던 이들은 협회 내에서 외국회사들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독자적으로 단체를 결성했다.

현재 이 단체는 한국화이자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 얀센.한국MDS.한국 그락소 웰컴 등 25개 다국적 제약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나라별 외국 경제인들의 모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이탈리안-코리안 비즈니스 어쏘시에이션, 벨지안-코리안 비즈니스 포럼(BKBF)등이 연이어 설립됐다.

그간 주한 외국기업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경영자들의 친목 모임에 머물렀던 '한국인 대표자 협회' 도 지난해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RA)' 로 이름을 바꾸고 정식 외국기업단체로 탈바꿈했다.

◇ 국내.외 경제단체들의 손잡기〓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17개 외국기업으로 구성된 국제기업위원회(위원장 조지 터너)를 올해 발족했다.

전경련 박대식 다자협력팀 팀장은 "수출입품 통관 절차 간소화 문제 등 한국 기업과 이해가 같은 부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 국내 기업들에게도 이 위원회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전경련은 또 한.미 기업간 공동 대북 진출을 위해 지난 4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함께 '대북 경협 추진 공동 위원회' 설립을 합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한국에 있는 외국 경제단체를 하나로 묶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9일 서울상의클럽에서 각국의 주한상의와 경제단체의 대표들을 초청, '주한외국상의협의회(가칭)' 을 결성하기 위한 준비 모임을 가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외국상의협의회가 국내외 상공회의소 단체들의 공동 관심 사항을 논의하고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또 주한미상의가 주관하는 '국내 실업자 돕기' 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주요 회원사들의 후원회 가입을 유도하는 등 외국기업과 유대를 돈독히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외 경제단체간 짝짓기가 경쟁적으로 벌어질 경우 자칫 주도권 싸움 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외국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단체들이 구체적인 계획이나 활동 목표 등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외국경제 단체.모임들과 손부터 잡으려고 하면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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