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덕에 얼떨결 찬스…무명선수 펄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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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다. 프로야구 병역비리로 주전선수들이 줄줄이 출장정지를 당하자 무명 선수들이 때아닌 빛을 보고 있다.

롯데의 3년차 투수 이명우(22.사진(上))는 지난 2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프로 데뷔 후 첫 선발로 출장해 완봉승을 이끌어냈다. 이날 이명우가 던진 공은 101개. 32명의 SK타자를 상대로 9회까지 산발 8안타.볼넷 1개만 허용하면서 무실점으로 호투, 팀에 3-0의 승리를 안겨줬다. 낙차 큰 변화구로 상대팀을 요리한 실력도 무시할 순 없지만 병역비리와 부상에 시달린 SK가 연패 끝에 4강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기가 꺾여버린 탓도 컸다.

부산공고를 졸업하고 2002년 롯데에 2차 2순위(전체 14순위)로 입단한 그는 첫 해 19경기, 지난해 25경기에 나왔으나 승패는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도 1, 2군을 오르내리다가 선발 염종석(31)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데다 김장현(26)도 병역비리로 출장금지돼 이날 첫 선발의 행운을 안았다.

LG의 4년차 투수 박만채(26.(下))도 첫 선발에 승리를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현대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5이닝 동안 3안타.1실점으로 6-1 승리를 이끌었다. 5회까지 던진 공은 단 70개. 절묘한 제구력과 최고 시속 142㎞의 직구, 130㎞의 슬라이더로 현대 타선을 요리했다. 입단 후 2년간 2군에만 있다가 지난해 처음 1군에 올라온 박만채는 지난 2년 동안 던진 이닝이 24이닝에 승패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김광수.심수창 등이 병역비리로 구속되고 부상투수도 속출하면서 잡은 첫 선발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선에도 무명들의 활약이 빛났다.

두산의 2년차 내야수 나주환(20)은 대전 한화전에서 3-3 동점이던 연장 12회 초 무사 1, 3루에서 중전 안타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지난해 두산에 입단했으나 역시 큰 역할 없이 1,2군을 오르내리다 병역비리로 출장정지된 손시헌을 대신해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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