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북한 소년 기사들, 이창호9단 가장 존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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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북한의 소년기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사는 이창호9단. 북한에도 내년부터 프로가 도입되며 이미 중국에서 활약하는 북한 출신 프로기사가 4명이나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6월17~22일 일본 센다이(仙臺)시에서 열린 제22회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 갔던 여류프로기사 남치형 초단이 북한 임원과 선수를 만난 뒤 전해온 것. 다음은 남초단의 기고문 내용이다.

북한에서 바둑이 체육기술연맹 산하 49개 단체의 하나가 된 것은 1991년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바둑은 일제의 잔재로 한가한 짓거리라 여겨 금지됐다.

바둑을 두는 사람도 전국적으로 2백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이 바둑을 '우리의 전통문화' 로 육성하도록 지시한 이후 9년이 지난 지금은 바둑인구가 1만여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바둑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평양원' 이란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6세부터 17세까지의 원생이 5백여명 정도 있으며 그중 여자는 50여명이다.

원생 가운데 아마7단 급의 실력자도 40여명이나 된다. 가장 촉망받는 인재로는 이번 대회에 북한대표로 참가한 박호길6단과 함께 조대원이란 천재 어린이가 있다.

조대원은 불과 6세인데 아마5단의 실력자가 되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원생들은 바둑 외에 학교 정규교육은 물론 축구.수영.보디빌딩 등으로 체력을 다진다.

바둑 공부는 주로 일본이나 중국의 책을 통해 한다. 하지만 북한의 원생들도 한국 기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사는 이창호9단이다.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세돌3단이나 목진석5단의 기보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바둑에 관한한 최신 정보를 접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직 프로제도는 없고 아마추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7단까지 있다. 그러나 북한 바둑협회 문성삼 서기장의 말에 따르면 이미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북한 출신 프로기사가 4명이나 있고 또 북한도 내년부터 프로를 선발한다고 하니 성장 가능성도 커보인다.

북한은 이번 세계아마대회에서도 한국을 제치고 2위를 했다. 남북 화해무드 탓인지 북한 임원과 선수들은 전보다 훨씬 우호적이었다. 북한 기사들이 서울에 와서 대국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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