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시청률 밑바닥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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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DC 상원 법사위원회 회의실.

플로리다주 남부지방법원 판사 후보로 지명된 폴 헉 등 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공화당 그래슬리 상원의원의 질문.

"최근 디커슨 사건에서 피고인의 자발적인 자백이 미란다원칙에 의한 사전 고지없이 행해진 경우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후보의 견해는 뭔가."

"대법원 또는 상소법원이 현저하게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될 경우 어떻게 하겠나. "

그래슬리 의원은 "이 자리는 여러분을 판사로 지명한 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게 목적인 만큼 질문을 짧게 하는 대신 후보들의 견해를 가급적 많이 듣겠다" 고도 했다.

열이틀 뒤인 27일 이한동(李漢東)총리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 145호실.

청문회 특위위원인 김학원(金學元)의원과 李후보간에 오간 문답은 이랬다.

- 말 바꾸기를 놓고 따진다면 결백한 정치인은 없다. 말을 바꾼 것보다 거짓말 할 의도를 가지고 했느냐는 게 더 중요하다. 선거 전 민주당과 공조 파기를 선언할 때 선거에서 자민련이 참패할 걸로 예상했나.

"오늘같은 청문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 말을 좀더 조심스럽게 했을 것이다."

- 공직자는 어느 정도 재산을 보유해야 편안하게 공직을 행사할 수 있다. 후보는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나.

"그렇지 않다."

문답을 주고받은 두 사람 중 李후보는 자민련의 현직 총재, 金위원은 같은 당 대변인이었다.

잠시 뒤 민주당 박종우(朴宗雨)의원은 "DJP 공조를 조건없이 복원해 당보다 국가가 우선이란 평소 신념을 관철해야 한다는 주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물었고 李후보는 "공감한다" 고 답변했다.

도덕성과 국정 수행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현장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내 얘기를 자꾸 막지 말고 예, 아니오로만 답변하라" 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李총리후보는 "지사(志士)가 되려면 독립운동을 하지, 정치를 했겠느냐" 고 답변하고 있었다.

그래선지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26일 TV 시청률은 4.6%에 머물렀고 방송사는 생중계 시간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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