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덕단지 '연구+생산' 첨단특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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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통신 제1연구센터 맞은 편 5천2백여평의 공터. 오롬정보㈜.욱성전자㈜.해동정보㈜.덕인㈜의 공장을 짓기 위해 포클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덕연구단지가 설립된 1973년 이후 27년만에 처음으로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교육시설 외에는 건물 신축을 일절 허용치 않던 대덕연구단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굴뚝없는 공장' 의 입주가 허용되자 기업들은 단지 내 빈터를 찾아 몰려들고 있으며, 벤처기업들도 앞다퉈 보금자리 틀기에 바쁘다.

연구기능에 편중한 나머지 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약했던 이곳에 생산기능이 접목되면서 활력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 이강국 부장은 "대덕단지가 연구.생산 복합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며 "8백여만평의 단지 곳곳이 활기로 가득차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대규모 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구 삼양화학연구소 부지(과학재단 옆) 2만5천여평,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내 3천여평, 원자력환경기술원 옆 공터 8천여평, 한솔기술원 부지 4만여평 등 10여곳에 이른다. 공장을 지어 입주하려는 기업만 1백여개사.

기존 벤처창업센터 등에 들어와 있는 3백5개 벤처기업까지 합하면 대덕단지에는 올해 말을 전후해 5백여개의 중소기업.벤처기업이 운집할 전망이다.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대덕단지로 몰려들고 있는 것은 ▶용이한 기술확보▶저렴한 땅값▶풍부한 기술력 등이 있기 때문이다.

48개의 정부.민간 연구소가 몰려 있는 대덕단지의 땅값은 평당 30만원대로 주변지역에 비해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대덕단지 관리법에 묶여 땅 주인들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

입주 기업들은 단지 내 연구소와 대학에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 약 4천여명을 비롯, 1만4천여명의 고급 기술진의 힘을 빌리기도 쉽다.

이곳에 들어왔거나 들어올 예정인 기업들은 규모가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서로 연합해 덩치 큰 땅을 사고 각사의 사정에 맞게 분할, 각자 공장을 지어 입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옛 삼양화학연구소 부지는 벤처기업 17개사가 돈을 모아 샀다.

그런 뒤 도남시스템㈜이 3천평, 아이티㈜가 2천9백평, 맥스웨이브㈜가 1천평 등 업체별로 이 땅을 나눠 오는 8월 착공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내에 지어질 벤처성장센터는 연건평 8천여평 규모로 8월께 착공한다. 이곳에는 창업한 지 4~5년 된 40여 벤처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들어선다.

원자력환경기술원 옆 공터에는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DSI사가 단독으로 공장을 짓기 위해 과학기술부에 허가신청을 해놓고 있다.

올들어 기존 건물을 사들이거나 활용,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업체도 많다.

바이오벤처 업체인 ㈜인바이오넷은 한효연구소 부지 3만2천평과 건물을 인수, 관련 업종의 8개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지난 6월 초 입주식을 했다. 운상정보통신㈜ 등 6개 업체도 구 대전 MBC부지 4천여평에 지난 6월 초 완공한 연구용 건물을 최근 공장 겸용으로 용도를 바꿨다.

몰려드는 벤처기업들도 대덕연구단지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이 단지 안에 입주한 벤처기업만 3백5개. 공간이 없어 대기하고 있는 벤처기업들도 1백여개사에 이른다. 생명공학연구소.원자력연구소 등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이들을 수용할 생산.연구시설 건립자금 확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부 유희열 기획관리실장은 "단지 내 연구소들이 개발한 첨단 기술의 산업체 이전이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 며 "조만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연구.생산.교육이 어우러진 '첨단 특구' 가 이 단지에 만들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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