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공동위 구성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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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대통령이 25일 밝힌 '군사공동위 설치' 구상에는 남북한 군사 긴장완화 문제를 제도화한 틀에서 다루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상호 비방중지' 등 신뢰구축 분위기를 본격적인 '전쟁방지' 논의로 이끌겠다는 얘기다.

군사공동위는 우발적 군사충돌이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협의기구다.

전쟁방지는 남북 정상의 '6.15 공동선언' 을 이행하는데 필수조건으로 군사공동위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한이 '연합제' 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를 통해 공존(共存)한다 해도 군사권을 각각 갖는 상태이기 때문에 군사 상황의 통제가 요구된다.

군사공동위는 1991년 12월 체결한 기본합의서에 의해 그 뼈대가 마련돼 있다.

기본합의서 제12조는 공동위에서 다룰 문제로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 통보.통제▶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군 인사교류.정보교환▶대량 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92년 11월 5일부터 열리기로 했던 군사공동위는 첫 회의조차 갖지 못했다.

북한측이 팀스피리트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재개방침에 항의해 불참을 선언한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군사공동위가 8년간의 공백으로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했지만 가동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본합의서 타결 직후 '군사공동위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 를 타결하는 등 준비를 대부분 갖춘 때문이다.

위원회 기능이나 위원장의 급(차관급 이상)까지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金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사이에 전쟁방지에 대한 '합의' 가 이뤄진 상태다.

두 정상간 기본합의서 이행에 상당한 교감(交感)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군사공동위 운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군사공동위가 가동하면 북한과 유엔사 사이의 판문점 장성급 회담을 통해 처리해 온 남북간 군사문제가 '당사자간 논의' 로 바뀔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을 위한 경제공동위 가동 등 다른 분야의 화해.협력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할 게 분명하다.

최근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 등으로 대외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북한도 한반도 긴장완화를 통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부당국자는 "군사공동위를 통한 군사 신뢰구축의 구체적 성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答訪)때 '서울 공동선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것" 이라고 예상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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