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동묘공원에 중국 관우 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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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그스럼한 대춧빛 얼굴과 상대방을 위압하는 부릅뜬 눈, 9척 장신에 아름답고 긴 수염….

중국에서 군신(軍神)으로 받들어지는 관우(關羽). 서울 종로구 숭인동 238번지 동묘(東廟)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우를 모시는 희귀한 사당이다.

동관묘 혹은 관왕묘로 불리는 이 곳은 2천7백여평 규모의 공원부지에 1백평 짜리 옛 중국식 건물로 지어졌다.

임진왜란때 조선을 지원하러 출병한 명나라 장수의 꿈에 세번이나 관우가 나타나 군사작전을 알려준데 힘입어 왜구를 무찌른 것을 기념해 1602년(선조 35년)에 준공됐다.

이후 한말까지 3백여년 동안 우리나라 조정에서도 전쟁에 나가는 무신들에게 참배를 의무화했다. 관우를 모시는 사당은 동.서.남.북 네곳에 있었으나 지금은 동묘만 남아 있다.

지금도 관우를 신으로 모시는 관성교도(關聖敎徒)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가끔 찾고 있으며 중국대사관 직원이나 중국 관광객들도 둘러본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중국의 장수를 모신 사당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 이 사당에는 생시의 관우 모습과 함께 임종한 뒤 평화로운 얼굴을 한 구리색 도금의 목상(키 3m)이 놓여 있다. 한 귀퉁이에는 관우와 도원결의로 의형제를 맺은 유비.장비가 서 있다.

천장에는 명나라 황제의 친필 등 각종 액자가 걸려 있다.

건물 밖 양쪽에 늘어선 행랑채에는 관우가 사용했다는 1백80근 짜리 청룡언월도 모형 2개가 전시돼 있다.

돌담으로 둘러쳐진 경내로 들어가면 금잡인(禁雜人.아무나 들어오지 말라)과 대소인개하마(大小人皆下馬.모두 말에서 내려달라)라는 비석이 서 있다.

동묘공원 송용종(宋龍鍾.47)관리소장은 "이 곳이 중국 무신을 모시는 사당이라기 보다는 곧은 정신을 지닌 위인의 훌륭함을 배우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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