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두뇌 모방 칩개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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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재미 물리학자가 참가한 공동연구팀이 인간의 뇌를 모방, ‘생각하는 컴퓨터’의 기초가 되는 전자회로를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승현준(34)교수 등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벨 연구소 소속 연구진 5명이 참가한 공동연구팀은 인간 지능의 핵심인 대뇌피질 뉴런(신경의 기본 단위)의 피드백 기능을 반도체 전자회로에 구현했다고 밝혔다.

세계적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승교수 팀의 연구결과를 22일자 표지기사로 게재했다.

승교수는 “뇌의 신경회로는 반도체 전자회로와는 달리 수많은 피드백 구조를 갖고 있으며 기존 전자회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이번에 신경회로를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전자회로는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 방식 중 하나의 작업만 수행할 수있었으나 이번에 개발한 손톱크기의 회로는 자극-반응-피드백을 할 수 있는 인조 뉴런을 이용,인간의 두뇌처럼 두 방식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상에서 멀리있는 경찰순찰차를 식별하는 동시에 방향·속도·색상의 변화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존 펜티엄칩의 경우 회로선 하나만 잘려도 기능이 중단되지만 이 회로는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승교수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MIT공대의 라울 사프슈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방식으로 연산이 가능한 회로를 개발한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학습기능을 갖춘 인간의 뇌에 보다 가까운 회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2천4백억개의 뉴런을 가진 인간 두뇌의 활동에 가까워지려면 앞으로도 50년의 세월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교수는 지난해에도 인간의 지적활동을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네이처’지에 발표, 지난달 세계 최고수준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의 연구자로 선정되는 등 물리학계의 차세대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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