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7. 문화·스포츠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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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일 때도 통일농구나 통일음악회 같은 문화·스포츠 교류는 ‘화해의 전령사’ 구실을 해왔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후로는 세계최장신 이명훈을 앞세운 남북한 단일팀이 중국과 농구경기를 벌이고 국립관현악단이 평양 만수대예술단에서 공연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문예분야는 교류 경험이 비교적 많아 여건이 좋은 편이다.연극협회가 남북공동 제작·연출을 구상중이고,정명훈씨가 이끄는 오케스트라·합창단의 판문점 공동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면 ‘장길산’‘아리랑’ 등 공동 영화제작 구상이 무르익고 있다.그러나 지난 4월 금난새씨의 평양공연이 무산된 사례처럼 공연료·방송료 등이 갈등의 요소로 남아 있다.

노래와 음반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북한 음악가동맹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일제시대 창작된 ‘알뜰한 당신’,‘번지없는 주막’ 등 1천여곡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공연의 경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수·노래를 선별하는 것이 성공여부의 잣대가 될 것이다.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기간에 ‘조선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가수가 좋다면서 이미자·하춘하 등을 거명하며 대중가수 초청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학술·출판=남북이 공유한 문화유산을 공동조사·관리하거나 교환전시하는 사업이 우선 꼽힌다.이 사업은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민족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最適)의 교류 소재다.

문화재청은 남북 문화재 전문가 교류와 자료교환,유적지 공동조사·연구,비무장지대 자연유산 자원 공동조사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역사연구회와 국사편찬위원회 등 역사단체들은 평양에서의 첫 ‘통일역사학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도진순(都珍淳·창원대)교수는 “학술분야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치·이념적 공방을 배제하고 고대사나 일제시기 분야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북한서적의 출판과 공동저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단 저작권협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출판관계자들은 “북측에서 저작권을 출판협회 등에 위임해주면 남한내 판매를 대행해주고 인쇄료 등을 북으로 송금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판료·인세 전달은 정부차원에서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야 풀릴 수 있다.

◇스포츠=각종 국제대회 단일팀 출전이 유력시된다.단일팀을 구성할 때 선수 선발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교류보다는 훨씬 용이하다.

김운용(金雲龍)대한체육회장과 정몽준(鄭夢準)대한축구협회장은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기회에 북측과 스포츠교류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체육회는 9월 15일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선수단의 동시입장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축구협회도 올 8월 15일 서울에서 경평(京平)축구대회를 열고 10월 아시안컵대회 및 11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에 따르면 북측이 2002년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일부 교환경기도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한몫할 것이다.농구·씨름·사이클 등이 교환경기 후보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밖에 남측 선수들이 북측의 고지대 훈련장을 이용하고 시설·장비가 우수한 태릉선수촌을 북측 선수들에게 개방하는 프로그램도 검토되고 있다.

문화·스포츠교류는 점점 확대될 것이 틀림없지만 이벤트의 종류나 빈도 등은 남북한 당국대화의 전반적인 진행속도에 영향을 받게 된다.

특별취재반=유영구·이동현·최원기·정창현 기자

◇관계기사는 조인스닷컴(http://www.joins.com)홈페이지의 ‘남북정상회담’을 클릭하면 열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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